국세청"삼성 CB증여 배임, 과세요건 따져야"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서울중앙지법이 4일 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저가 발행과 변칙증여에 대해 업무상 배임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것과 관련해 국세청은 '배임혐의'가 과세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하겠지만 세금을 물리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4일 국세청에 따르면 삼성의 편법증여와 관련해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한 '배임혐의'의 경우 구체적으로 주주나 회사에 어떤 손실을 끼쳤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하며 이 같은 혐의가 확인돼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

그러나 삼성 에버랜드가 전환사채(CB)를 저가로 발행,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에게 지분을 변칙증여한 혐의와 관련해서는 소급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증여세를 물릴 수 없을 것이란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삼성 변칙증여 문제는 당시 과세근거가 없어 세금을 부과하지 못한 것으로 그 뒤에 법이 보완됐다고 해서 이를 소급해 적용할 수 없으며 법률적 시효도 지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배임혐의도 과세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겠지만 세금 부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회 재경위 소속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22일 지난 1996년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과 관련, 삼성전자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게 1796억원의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법인세법의 부당행위계산부인규정(세금을 부당하 게 감소시키는 것에 대한 과세규정)을 적용해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고 "이재용 상무가 시가(최소 추정가 주당 8만5000원)보다 저가(주당 7700원)에 전환사채를 인수토록 한 삼성물산 등 계열사에 법인세 탈루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성 국세청장은 이에 대해 22일 "당시 신종사채에 대한 과세근거가 없었다"면서 "그래서 이후에 그 부분을 보완한 것이며 법인세법상으로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