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증시 먹구름 걷혔지만, 추격매수 부담

박경철이라는 이름보다는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의사보다는 증시분석가 겸 경제평론가로 더욱 유명한 박경철 안동 신세계병원장이 MTN 새봄 개편과 함께 특별대담을 가졌다. 지난해 10월 코스피가 1350포인트부근일 때 'MTN 개국기념 투자설명회'에서 강의했던 박 원장은 6개월 만에 다시 코스피가 1300포인트로 올라온 시점에 출연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 6개월 전 투자설명회 당시 돈을 벌려고 하기보다 빚부터 갚고, 있는 것을 지키는 데 주력하라고 당부하던 박 원장은 지금은 증시가 미니 랠리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앞서나가지 말고 현실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시골의사의 대담은 13일 오후6시30분에 방송되며 이 시간 이후에는 MTN 홈페이지(www.mtn.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홍찬선 MTN부국장(왼쪽)이 시골의사 박경철씨와 대담을 나누고있다

▲ 홍찬선 MTN 부국장(이하 홍)=KBS 라디오를 제외하고는 방송을 잘 안 하고 계신데 저희 개편을 맞아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경철 안동 신세계병원장(이하 시골의사)=머니투데이방송 MTN이 개국을 하고 이제 시간이 조금 흘렀는데 방송의 특질이나 정보의 질, 도움의 정도들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시청자도 많은 기대가 있을 것이고, 저 역시 시청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홍=요즘 봄꽃이 아주 한창입니다. 외평채 30억 달러 규모도 발행이 됐고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가 많은데요. 한국 경제에도 봄꽃이 피겠습니까?

△시골의사=옆에서 들은 많은 이야기의 가닥을 잡아보면, 1막은 금융위기와 관련된 장면, 2막은 실물과 관련된 장면이라면 이제 1막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1막에서 파탄이 난다면 2막이 없을 텐데 다행히 파탄 없이 수습이 되고 2막으로 넘어가는 것 같은데 다만 다음에 열릴 2막에서도 초반부에서는 상당한 긴장이 오지 않겠는가. 그런 다음 클라이막스를 거치고 2막이 마무리되면 모두가 안도하는 상황이 오겠지만 지금은 1막과 2막 사이에서 새로운 개막을 기다리는 심정인 것 같습니다.


▲홍=10년 전 외환위기 경험이 있기에 이런 위기도 잘 이겨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시골의사=전 세계적인 위기에 침착하게 잘 대처해나가고 있는데 이것이 10년 전 이보다 더한 위기를 잘 헤쳐 나갔다는 자신감에서 오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요. 다만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에 반등이 V자형으로 왔기 때문에 위기 이후의 반등은 모두 V자형으로 올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는 조금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홍=의사로서 증권이나 경제 전문가로 활동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시골의사=의사로서 시원찮아서 그렇겠죠(웃음). 제가 만약에 한국을 이끌어가는 의학자고, 제가 없으면 안된다는 상황이라면 지금도 훨씬 더 훌륭한 의사로 자리하고 있겠지만, 부실하다 보니까 다른 쪽에 조금 더 나다니고 있는 셈인데(웃음)... 그러다보니까 본업에서 부족한 능력이 반대쪽으로 풍선처럼 눌려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홍=증시 얘기를 나눠보죠. 작년 10월에 출간하신 '주식 투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보면 '어두운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라는 표현이 나오거든요. 지금은 먹구름이 걷혔다고 볼 수 있을까요?

↑시골의사 박경철씨

△시골의사=MTN 개국특집으로 지난해 10월에 투자설명회가 있지 않았습니까. 당시 코스피가 1,350 정도로 지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었는데, 그때 강연을 하면서 내내 ‘살아남아라,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때 저는 정말 ‘큰일 났구나’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 이후로 한참을 충격을 받았고요. 그리고 지금 와서 보니까 그 말씀드리던 그때와 똑같은 지수여서, 그럼 지금도 ‘살아남아라.’ 해야 하느냐.(웃음) 이제 ‘살아남으셨군요.’ 해야 하느냐...

그래서 거기에 대한 대답은 ‘살아남으셨군요.’가 되겠네요. 그럼 이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냐, 아니면 최소한 더 이상의 구렁으로 빠져들지는 않을 것 같다는 안도의 국면이냐를 따져보자면 아직까지는 후자 쪽에 비중을 두는 것이 맞지 않겠나 보고 있습니다.

▲홍=최악의 상황은 넘었지만 지금 당장 주식을 사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말씀이신가요?

△시골의사=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많은 분들이 하반기에는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동안 너무 나빴던데 비해서는 기저효과 상 좋아질 것으로 볼 수도 있을 테고요. 정부도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고 있는데 주머니에 돈 받은 사람들이 그 돈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든 뭐라도 사게 될 것이고 돈이 돌 수 있으니까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요즘 전망을 보면 재고가 감소하고 재고가 감소했으니 출하가 늘어나고 산업 생산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을 것이고, 미국에서도 주택시장이 가격은 아직 하락하고 있지만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고, 은행이 망하지는 않겠다. GM도 청산 내지는 부도로 가는 모습을 보면, ‘아 이제는 결국 마지막 단계까지 진입했구나.’ 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저효과에 대한 기대는 충분히 있을 수 있고요.

가격 논리를 생각해보면, 고점이 2,000포인트를 넘었던 시장이 900포인트까지 떨어졌습니다. 그 상황에서 하락폭의 최소 얼마정도까지의 반등도 없이 시장이 그냥 계속 떨어진다는 것은 핵전쟁이나 일어났을 때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시장은 당연히 출렁출렁할 수도 있는 것이고 끊임없이 반등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나, 역으로 말하면 그렇게 빠르게 무너졌던 시장이 이렇게 강하게 올라가기도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반대로 그렇게 무너졌던 시장이 최소한 하락폭의 반 정도도 오르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3월부터의 유동성 랠리는 작년 하반기에 나빠질 때 그리고 돈 뿌리기 시작할 때부터 미니 랠리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나왔던 것인데요. 막상 미니 랠리가 오니까 이것이 추세 전환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연결되는 것 같네요. 아직까지는 가격적 기저효과, 실물과 산업 측면의 기저효과가 맞물려 있는 것 같고, 여기서 물론 더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너무 앞서나가는 것보다는 현실에서 냉정하게 중심을 잡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홍찬선 MTN 부국장겸 경제증권부장

▲홍=외환위기 이후에 주가가 확 올랐다가 확 떨어졌던 것처럼 그런 위험성도 남아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 시골의사 = 차트 상 가격 논리를 보면 이중바닥이다 진짜 바닥을 확인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까. 그런데 기대감이라는 것은 실제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가격이 먼저 오르는 것이고 실제 체력보다는 가격과의 편차가 커진 상황이 되니까 실제로 이것이 만날 때까지 가격이 기다리거나, 아니면 실물경제가 따라오지 않으면 가력이 내려왔다가 다시 만나든 접점이 필요해지겠죠.

하지만 아직까지 실물경제가 주가를 따라오기에는 몸이 무겁지 않습니까. 최소한 실물경기가 회복되는 모습들, 한계 기업이 넘어지고 정리가 되는 모습들, 경기 호황기 때 과잉 투자한 설비들이 자연스럽게 조정되는 모습을 보면서 방향성을 잡는다고 가정한다면 한 차례 정도는 가격이 일정 부분에서 기다리고 실제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기다리든, 아니면 경기가 좋아지는 것이 늦어지면 가격이 내려왔다가 둘이 만나서 다시 올라가는 등의 형태가 필요하지 않겠나, 그래서 쭉쭉쭉쭉 올라가는 것은 힘들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홍=쓰신 책을 보면 개인들이 주식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보시는 것 같은데 오히려 개인들은 돈을 빌려서라도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시골의사=지금 우리가 겪는 경제위기의 원인은 한마디로 ‘탐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탐욕 때문에 레버리지를 일으켰죠.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도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바람에 망했죠. 하물며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이 돈을 빌려서 투자하면 어떻겠습니까. 결과는 너무나 뻔하죠. 실제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들이 두 번이나 헤지펀드를 망하게 만들었는데요. 그런데 개인투자자가 돈을 빌려서 투자한다는 것이 맞겠습니까.

최고의 전문 투자자들도 열 번 중에 아홉 번 맞았지만 결과적으로 망한 이유가 무엇이냐. 열 번 중에 한 번 틀렸기 때문입니다. 연속적으로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이 딱 한번의 오판으로 망하고 말았는데요. 결국은 개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내 눈에 열 번 정도의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되면 실제로 기회는 세 번 정도며 기회를 가장한 위기가 70%라는 생각을 가지면 될 것 같습니다.

▲홍=정책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시골의사=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조금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포퓰리즘이 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왜 좋아할까 생각해 보니 오바마의 눈에는 진실성이 있습니다. 정말 우리를 걱정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의사로서 환자를 바라볼 때 그래야 될 것이고 이런 방송을 할 때도 그래야 되겠죠. 조금 더 믿을 수 있는 눈과 배려할 수 있는 눈. 양쪽으로 모두 필요하다고 봅니다.

▲홍=한국이 이번 위기를 상당히 빨리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골의사=우리 국민은 최후의 순간까지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그냥 파산신청하고 말죠. 또 국민의 세금을 부실한 산업 분야에 사용하는 것에 상당히 관대합니다. 지금의 위기가 빠르게 극복된다면 그 공은 공동체 정신을 가진 국민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많은 개인들이 주식투자에서 많은 손해를 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시골의사=기본적으로 시장의 구조가 그렇습니다. 제가 10년 전부터 주창한 이야기인데요. MTN 오픈 스튜디오에서 바라봐도 여의도에서 가장 높고 좋은 건물들은 다 증권사 건물 아닙니까. 이 여의도 경제를 누가 먹여 살립니까. 시장이죠. 시장의 돈은 투자자 주머니에서 나오지 않습니까. 근본적으로 이 게임은 파이가 전체적으로 같이 커진다면 상관없겠지만 파이의 크기가 줄거나 정체되면 무조건 지는 시장이라고 봐야죠.

자본시장에서 냉정하게 보면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는 분들은 10%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 이상으로 난다 해도 그것은 시장이 벌어주는 것이지 내가 버는 것이 아니죠. 나의 잣대를 엄격히 해야 합니다. 잘 될 때는 시장이 나를 벌어준 것이고 결과가 나빴을 때는 내가 잘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해야죠. 연봉 3천만원인 소득자가 그 3천만원을 벌기 위해서 1년 동안 흘린 땀을 생각해보십시오. 그 만큼 증권시장에서도 그런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에 못지않은 노력이 담겨있어야 합니다.

▲홍=최근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관련주가 많이 오르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조언 부탁드립니다.

△시골의사=과거 IT버블 속에서도 살아남은 기업들이 있죠. 그 차이는 기업의 실체적 역할 아닙니까. 꿈을 이슬처럼 먹고 있었는데 이슬이 말라버린 뒤에는 가짜 오아시스가 있었을 것이고 진짜 오아시스도 있었겠죠. 루머나 이야기들을 마이동풍처럼 귀를 닫아버려도 곤란한데요. 언론도 좋은 역할을 해야 하고요. 개인들도 진짜와 가짜를 골라내려는 노력을 해야죠.

▲홍=일반인들이 아무런 노력 없이 성공투자 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시골의사=사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직장도 다녀야 할 것이고, 기업 방문을 하면 기업 담당자가 만나주기야 하겠습니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죠. 그렇다면 믿을 만한 사람을 고른 방법이 있겠죠. 기관 투자자 중에서도 유행에 취해 무책임한 보고서를 내는 사람과 정말 발로 뛴 땀의 흔적이 있는 보고서를 내는 사람을 가려내야 하고요. 언론사 중에서도 정말 믿을 수 있는 언론사와 기자를 찾아보고 정중한 메일을 써서 이야기를 해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홍=공존을 강조하시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시골의사=IMF 때 배가 뒤집어졌습니다. 그 때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살아남았습니다. 그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어서 떠오른 사람들의 유류품을 챙겨 부를 가져가게 됐습니다. 지금도 배가 뒤집어졌죠. 그런데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도 죽습니다. 발목이 모두 쇠사슬로 연결이 돼있으니까요. 가계가 악화돼 빚을 갚지 못하면 금융권이 악화되고 금융권은 기업에 대출을 못해주고 기업은 월급을 주지 못하는 식으로 모두 연결이 돼있죠. 이제는 사회 공존체에 위기가 왔을 때 나만이 아닌 전체가 살아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홍=마지막으로 시청자 여러분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골의사=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에 깔리지 않고 다치지 않고 잘 순응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입니다.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시장을 보시기 바랍니다. 아직까지는 한번의 큰 기회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기회를 너무 쉽게 써버리면 그 기회가 왔을 때 찬스를 쓸 수 없지 않을까요. 40km를 달리는 데 10km의 순간 기록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홍=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