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 힘쎈 놈이 진짜 쎈놈"

기업조직문화와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에서 내공을 자랑하는 김미경 더블유인사이츠 대표의 이력은 남다르다. 연세대 작곡과를 졸업했지만 전공 경력은 피아노학원을 1개월 운영한 것이 전부다.

음악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다는 판단에 졸업 직후 광고회사에 입사했는데 이마저도 2년 만에 그만뒀다.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컨설턴트로 진로를 바꾼 것은 29살 때다. 대책 없이 놀던 무렵 한 기업관련 강의를 들었는데 뭔가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목사님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닌 사람이 많은 청중을 휘어잡는 모습을 보고 ‘내 길이다’는 판단이 섰다.

그 뒤 김 대표는 이야기 거리를 만들기 위해 다독을 선택했다. 240권 정도 들어가는 6단짜리 책장을 1년 만에 채웠다.

어쩌다 들어오는 강의는 특유의 섬세한 감각을 뽐냈다. 피부에 닿는 이야기를 찾아내기 위해 강의를 듣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강의료가 15만원이었는데 강의를 듣는 사람들과 밥 먹느라 25만원을 쓴 적도 있다”고 회상할 정도다.


그 후 ‘청중을 잘 이해하고 실수가 없는 강사’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대기업에서도 강의가 쇄도했다. 지난해에는 1000명의 기업인을 교육시켰다.

강의 대상도 주로 중간관리자 이상으로 옮겨졌다. 최근 여성인력을 이해하고 능력을 키우는 법이나 조직 내 세대간 갈등을 풀어내는 법 등 색깔 있는 강의로 CEO 선생님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저서와 강의, 방송활동 등 영역을 넓히고 있는 김 대표에게 ‘젊음’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건강이 최우선, 운동을 즐겨라

김 대표는 요즘 수상스키를 즐긴다. 평소에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하나에 꽂히면 물불을 안 가리는 성격 탓이다. 자연에 몸을 맡기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하는 단계라며 예찬론을 편다.

그녀의 스포츠 경력을 보면 화려하기 그지없다. 승마, 스노보드, 웨이크보드, 헬스, 스키 등 운동라고 할 만한 것들은 다 해봤다. 대학 때 남자들 틈에서 치기 시작한 당구실력도 150이나 된다.

하지만 예외인 운동도 있다. 바로 골프다. 보기플레이어 정도 되지만 사업상 어쩔 수 없이 배웠을 뿐이다. 4명의 라운드 동료의 마음이 잘 맞아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20%도 채 되지 않는다. “늙어가는 모습을 캐디만 알아주잖아요.” 골프를 평가하는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노년의 경쟁력은 ‘건강’이라며 예를 들려준다. “55세 이후 은퇴자들 모임에 가면 한때 날고 기었던 사람들도 모두 명함이 없어져요. 그럼 진짜 힘 쎈 놈이 쎈 놈이예요.”

젊었을 때는 또래가 모두 건강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지만 나이가 들면 건강이 상품이라는 것. 젊게 사는 것의 기본은 모두가 다 알다시피 건강이다.

◆세컨드잡을 찾아라

김 대표는 젊게 살기 위해서는 건강과 더불어 늦게까지 경제생활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령화사회에 돌입하면서 평균수명은 85세에 이르는데 직장생활은 65세를 넘기 힘든 상황에서 일거리 없는 노년은 쇠약한 자신을 만든다는 주장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엔진과도 같아요. 소비와 자본에서 멀어질수록 소외될 수밖에 없죠. 개인의 선택일 수 있지만 마트의 캐쉬어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70세까지는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김 대표는 ‘남자는 딴 주머니를 차야 한다’는 이색 주장을 하기도 한다. 노후대비용이다. 갑자기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용돈을 받는다면 이보다 더 처량할 수 없다는 것. 대부분의 가정이 수입에 맞게 가정을 꾸려나가기 때문에 미리 비상금을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2차 거래’ 준비를 제안한다. 은퇴 이전의 삶이 1차 거래라면 은퇴 이후의 삶은 2차 거래다.

“사회가 은퇴자에게 하는 예우는 쓸쓸함 그 자체입니다. 은퇴와 노후사이를 메울 수 있는 사회와의 게임을 준비해야 해요. 잭 웰치 전 GE회장이 책을 쓰고 강연하는 사례나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사회활동과 강의를 하는 것처럼 개인 브랜드를 잘 키워온 사람들이 노후에도 성공합니다.”

놀만한 터전을 은퇴 전에 만들어 놓는 사람이야 말로 젊게 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가정은 최후의 보루다

김 대표는 수많은 기업의 남성 임원을 만나면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가정에 소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남성 조직의 경우 술을 매개체로 하기 때문에 가정이라는 터전에서는 약한 지위로 이어지게 된다. 만약 명예퇴직이라도 당한다면 한층 더 힘을 잃고 약해진다.

반면 여성은 사회생활을 하더라도 일과 가정의 비중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후자에 높은 성향이 있다. 사회생활을 그만두더라도 여성이 가정에 쉽게 적응하는 이유는 그동안 남성보다 충실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임신-출산-육아-교육이라는 커다란 변화를 반복하는데 남성들이 회사에 올인하면 가정에서 주변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따라서 김 대표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평소 남성이 가족과 대화할 것을 주문한다. 공통된 화제를 갖는 것이 좋은 예다.

김 대표는 저서 <가족이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에서 영화관람을 예로 들었다. 영화 관람 뒤 ‘남자주인공이 얼굴을 잘 생겼는데 연기는 영 꽝이야’라고 한마디 한다면 자연스레 다른 의견도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점검형 대화는 위험하다. ‘애들은 뭐해?’나 ‘공부 잘하고 있어?’와 같은 말은 오히려 대화의 가치와 필요성을 상실한다.

◆바쁘게 사는 것이 젊음의 비결

“오늘이 내가 살아있는 날 가운데 제일 한가한 날이다.”

김 대표는 자신의 좌우명처럼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다. 지난해 '이보다 더 시간이 없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올해는 더 바쁜 걸 보면 평생 바쁠 팔자다.

그러고 보니 김 대표는 인터뷰 당일 아침부터 수상스키를 한 뒤 출근해 회의를 주재했다. 기자와의 인터뷰는 점심시간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시간을 맞췄다. 다음 일정은 미용실에 가서 화장을 하고 대학에서 강연을 한다. 그러고 보니 수상스키를 탄 후에 화장할 시간이 없었는지 민낯이다.

저녁에는 CEO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 17년 동안 200만명을 만났다고 하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많은 사람들이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지만 전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이 아깝잖아요. 지금 46세지만 벌써부터 60세의 내가 기대되는 걸요.”

김 대표의 젊음의 비결은 바쁘게 살아가는 것으로 축약된다. 마치 누군가를 만나고 무언가를 하는 것이 젊음의 묘약인 듯하다.

김 대표는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스피치 수강생들과 최근 스포츠클럽을 만들었다. 이를 두고 평생을 같이 놀(?) 친구를 마련했다며 자랑한다. 젊게 사는 사람은 노후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보다.

김미경 대표가 이야기하는 ‘노년 신호’ 1. ‘요즘 것들은…’,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등의 말이 튀어나올 때. 2. 회사 체육대회 등에서 축구하다가 5분 만에 지칠 때. 3. 친구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날 때. 4. 색다른 놀이문화를 경험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