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에 6자회담도 '표류'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천안함 침몰 사고에 북한이 연루됐다는 주장이 부각되면서 북핵 6자회담 재개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14일 6자회담 재개 관련 질문에 "현 시점에서는 천안함을 인양하고 함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 이후에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6자회담 한국 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2~13일 핵안보정상회의에 맞춰 워싱턴을 방문했다. 이 때 한·미 양국이 천안함 사고와 북한의 연루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고, 그 결과 캠벨 차관보가 '선(先) 규명'을 언급한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천안함 사고 초기 "북한과 연계성이 낮다"고 밝혔지만 이어 "사고와 관련해 예측하지 않겠다", "6자회담 재개보다 천안함 조사가 우선"이라며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여 왔다.

지난달 말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이달 말 이후로 미뤄진 것도 6자회담 표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방중으로 얻을 것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 아니겠나"라며 "핵 포기를 얻을 수 있는 실익을 논의하기 위한 북·미간 접촉이 없는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를 서두를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남·북, 북·미 관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9일 미국이 최근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발표하면서 북한과 이란을 핵무기 불사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각종 핵무기를 필요한 만큼 더 늘리고 현대화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아울러 북한은 지난 13일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한 정부와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시설을 동결했다. 또 경협 사업에 진전이 없을 경우 개성공단도 폐쇄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우선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이 돼야하는 상황"이라고 북한 연루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외교부 차원의 천안함 침몰사고 대응 방안에 대해 "사고 원인이 규명되는 대로 필요한 조치들이 검토가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떠한 상황도 예단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며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