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통일세 제안 없던 일 됐다…통일계정만 신설키로

정부가 통일세를 부과하는 대신 통일계정을 신설해 통일재원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통일세 신설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당초 계획대로 통일계정만을 신설키로 결론을 내린 것.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증세에 나섰다 역풍을 맞을 수 있는데다 2013년 균형재정을 달성해야 한다는 정책적 우선순위를 고려한 것이다.


통일부는 5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업무보고에서 "올해부터 남북협력기금에 '통일계정'을 신설해 통일재원을 충당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일계정은 매년 1조원에 달하는 남북협력기금에서 사용하지 않고 남은 불용액과 정부 및 민간 출연금, 다른 법률에서 정한 전입금 또는 출연금 등으로 마련된다.

통일부는 향후 20년간 통일계정에 약 55조원을 적립할 계획이다. 오는 2030년 통일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1년 간 소요될 최소비용을 55조원으로 추정하고 산출한 금액이다.

하지만 이날 업무계획 어디에도 통일세와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통일세 신설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0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제안한 이후 다양한 형태로 논의됐다. 간접세(부가가치세), 직접세(소득세·법인세), 담배에 대한 부담금 부과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통일세 신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과할 경우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통일계정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달 말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통일세 필요성이 재차 강하게 대두됐지만 결국 원안대로 신설하지 않기로 합의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 시점에서는 통일세 부과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나중에 경제상황이 달라진다면 세금부과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통일세를 시행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통일계정으로 마련하겠다는 55조원은 향후 통일에 소요될 예산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향후 30년간 총 2568조원의 통일비용이 필요하다고 추정했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은 30년간 최대 5조 달러(58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고려한다면 통일세 부과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은 "통일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소득세를 인상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한 뒤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거나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