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버스성폭행 변호사 "女 행실이…" 경악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뉴델리 경찰은 버스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 숨진 이후 폭력사태를 우려, 시위 중심지인 인디아 게이트 주위를 봉쇄했다. 사진은 지난 4일 모습. ⓒ인도(뉴델리)=최종일 기자

인도에서 지난달 중순 있었던 버스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고인 5명 중 3명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가 자신은 "행실이 반듯한 여성"이 인도에서 성폭행당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해 공분을 싸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변호사 마노하르 랄 샤르마는 9일 뉴델리에 있는 대법원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오늘까지 난 '행실이 반듯한 여성(respected lady)'이 성폭행당한 사건이나 사례를 단 한차례도 본 적이 없다"며 "우범지대에서조차 행실이 반듯한 여성에겐 접근하길 꺼린다"고 말했다.

샤르마는 또 결혼하지 않은 남녀는 밤에 거리를 배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며 사망한 23세 여대생의 남자친구가 이번 사건에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이 변호를 맡은 피고인들은 10일 재판을 위해 법원에 출두할 때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르마의 이날 발언은 인도에서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지 사회운동가들은 성범죄에 대한 보도와 경찰의 수사는 피해자가 여성에게 부여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사회적 가치를 따르지 않았다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분위기로 인해 제약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성폭행범 6명 중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 2명은 감형을 대가로 다른 3명의 범행에 대해 진술하기로 합의했다. 나머지 미성년 범인 1명은 소년법원에서 재판이 따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건의 피해 여성은 지난달 16일 밤, 이성친구와 영화를 보고 버스에 탄 뒤 6명의 남성들에게 구타와 집단 성폭행을 당한 후 옷이 벗겨진 채 버스 밖으로 내던져졌다. 장기가 심하게 파열돼 싱가포르의 한 전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9일 끝내 숨졌다.

이에 인도 전역에서는 여성들을 성폭행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한다는 시위가 연일 지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