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독임부처 출범? '방송'은 어디서 맡을까

새 정부 조직 개편을 앞두고 ICT(정보통신기술) 총괄 부처 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방송 정책을 어디서 담당할 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 방송정책의 주무부처는 방송통신위원회. 하지만 ICT 전담부처가 설립될 경우 어떤 식으로든 방통위의 조직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방송의 진흥과 규제 업무도 재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방송을 통신에서 떼기는 어렵다며 ICT전담부처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朴 당선인 공약 '방송·통신 융합정책' 초점

박근혜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방송을 미디어 산업의 핵심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유료방송 법체계 일원화 △스마트 미디어 활성화 지원 △미디어 융합 촉진을 위한 진입 및 영업규제 완화 △유료방송 규제 완화 등을 공약했다.


내용만 놓고 본다면 방송과 통신의 '융합정책'에 힘이 실린다. 방송과 통신, 다양한 미디어 융합을 위해 장벽은 낮추면서도, 동일한 계층에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수평적 규제 체계를 도입할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이 같은 그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방송 정책을 ICT 전담부처가 맡아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방송과 콘텐츠, 미디어가 ICT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만큼 함께 아우르며 정책을 펴야 한다는 얘기다.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 교수는 "전통적 미디어인 방송과 ICT를 분리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과거의 패러다임"이라며 "'강남스타일'과 한국 드라마를 캄보디아 오지마을에서 즐기는 상황에서 방송 콘텐츠는 플랫폼, 네트워크 등 ICT 생태계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송 미디어의 역할과 범위를 확대하면서 전체 ICT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돼야한다"고 조언했다.

◇방송·통신 '칸막이' 규제 산업발전 '발목'

현 정부에서 방통위가 방·통 융합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는 점도 역설적으로 ICT부처가 방송정책을 맡아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불거진 접시안테나 없는 위성방송 DCS(Dish Convergence Solution) 논란은방·통 융합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현행 법의 한계를 보여줬다.

DCS는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신호를 KT지국에서 IP로 변조해 가입자에게 인터넷망으로 신호를 전송하는 방식. 케이블TV 등 경쟁업계는 인터넷으로 시청자에게 방송신호가 전송되기 때문에 위성방송 역무를 위반한 상품이라고 주장했지만 KT측은 기술 진화에 따라 전송방식이 바뀐 상품일 뿐이라고 맞섰다.

분쟁이 발생하자 방통위는 뉴미디어과, 융합정책과, 전파정책과 등으로 담당을 떠넘기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법, IPTV법 등으로 나뉜 규제체계 탓이다.

뒤늦게나마 방통위는 새 융합 서비스와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송법 체계 개편을 진행 중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DCS, 스마트TV, N스크린, 클라우드 등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현재 방송통신 규제는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다"며 "차기정부에서는 조직을 규제체계를 재정비해 스마트시대에 걸맞는 융합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통신, 방송, 인터넷, 모바일 상품에 대한 통신사업자, 방송사업자의 경계가 허물어진지 오래고 이미 이들을 묶어 파는 결합상품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융합정책을 펴는 정부기관도 일원화 돼야 사업자나 소비자가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방송정책, 합의제 기구 전담 바람직"

방송사업자 인허가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방송정책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는 어떻게 해야할까. 업계에서는 방송정책이 여론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정성·다원성·신중함을 기하려면 합의제 기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로 정책자문을 해 온 국가미래연구원 소속 이병기 서울대 교수는 ICT생태계를 이끌 '정보통신방송부' 설치를 주장하면서 독임제와 합의제가 조화를 이룬 형태를 제안했다. 정보통신방송의 산업정책, 사전규제 등은 독임제에 맡기고 방송의 공공성, 공영방송 지배구조, 방송이용자보호 등은 정보통신방송부에 별도의 합의제기구(위원회)를 둬 맡기자는 얘기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은 ICT전담 부처 내에 방송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담당하는 '방송규제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김 원장은 "방송규제위원회는 행정처분을 독자적으로 하는 반독립적(semi-independent) 기구"라며 "사업자 인허가·공정거래 감독·분쟁조정·방송평가·TV수신료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합의제 기구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