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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가난한 최태원 우울한 김승연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입력 : 2013.02.12 06:35|조회 : 1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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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98년 9월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래 SK를 재계서열 3위의 기업군으로 키운 성공한 경영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15년 재임기간 동안 두 번이나 구속된 불운의 경영자다.

2003년 2월 노무현 정부 출범을 사흘 앞두고 부당 내부거래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최 회장은 이번에는 다시 박근혜 정부 출범을 한 달여 앞두고 횡령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2003년이 SK그룹 창립 50주년이었고, 올해가 60주년이 되는 해임을 감안하면 운명의 장난은 아닌지 생각이 들 정도다.

최태원 회장은 2003년 구속당시 7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처음 겪는 감옥살이여서 그랬던지 두 달이 지나면서부터는 몹시 힘들어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아마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는 감옥살이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다시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것은 어떤 운명의 장난 때문일까. 그 뿌리는 취약한 지배구조다. 15년 재임 기간 중 두 번의 구속과 소버린 자산운용에 의한 적대적 M&A시도는 모두 SK그룹의 취약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

최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본인 소유의 주식가치만 3조원이 넘는 부자지만 경영자로서, 그룹총수로서는 가난하다. 1998년에는 700억원의 상속세가 없어 5년간 분납했고, 2003년 소버린사태 당시에는 돈을 빌려 경영권을 방어했다.

지금도 지배구조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지주사격인 SK(주)와 SK C&C를 합병해야 하고 사촌들한테 계열분리도 해줘야 하지만 최 회장은 그럴 돈이 없다.

그렇다 보니 선물투자에 기웃거리게 되고 무속인의 말에 솔깃하게 되는 것이다. 그룹 총수 입장에서 돈이 없다는 것은 치욕스런 일이다. 또 이런 문제는 공조직을 통해 풀기보다 사적 채널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게 인간의 보편적 심리다.

SK는 이번 최회장 구속을 계기로 대폭적인 권한 이양과 계열사 자율경영 등 경영체제 개선에 나섰지만 근본적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 오너는 여전히 가난하고, 지배구조의 난제를 풀 방법이 없다. 춥고 외로운 감옥살이를 끝내고 나와도 최태원회장의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또 다시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기업 사유화를 질책하는 재판부의 지적에 수긍하면서도 한편에선 최태원 회장에 대해 연민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배임 횡령 혐의로 지난해 8월 법정 구속돼 항소심이 진행 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5개월만인 지난달 초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풀려나 서울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법정 구속 당시 75kg수준이었던 김 회장은 5개월의 구치소생활동안 몸무게가 100kg정도로 늘었다. 몸무게가 갑자기 늘어나면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 관절에 부담을 줘 발목을 다치기도 하고, 폐가 압박을 받아 호흡이 곤란해지기도 한다. 사진으로만 봐도 김 회장은 5개월 전인 구속당시에 비해 그야말로 퉁퉁 부어있다.

사실 김승연 회장의 건강 악화는 이미 예고됐었다. 지난해 8월 구속당시 한화그룹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건강상태로 봐선 2~3개월을 넘기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예상대로 구속 후 두 달이 지나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호흡곤란으로 구치소 수감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생기고 돌연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재판부나 구치소 측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됐다.

김승연 회장의 지병은 우울증과 당뇨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우울증. 몸무게가 25kg이나 늘어난 것도 우울증 약 처방에 따른 부작용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들을 때린 폭력배를 혼찌검 낼 정도로 혈기가 넘치는 김승연 회장이 우울증을 앓는다면 믿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김승연 회장은 임원회의를 주재할 때면 6~7시간씩 화장실 한번 가지 않고 점심은 도시락으로 때우면서 열변을 토하곤 한다. 그런 열정으로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한화그룹을 재계서열 10위로 키웠다.

그런 김 회장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은 역설이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2007년 폭행사건 당시 4개월의 감옥살이를 하면서도 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두 달이 지나면서부터는 수면제에 의존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김 회장의 우울증은 2007년 폭행사건으로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면서 더 악화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우울증에는 61년 전 생애가 담겨있다. 몇 달 치료를 받아 완치될 병이 아니다.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끝나 구치소로 돌아가면 다시 우울증은 악화될 것이고, 어떤 식으로 병증이 나타날 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

요즘의 정치사회적 기류를 감안하면 김 회장의 감옥살이는 2007년처럼 몇 개월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오랜 감옥살이에 앞서 지병인 우울증과 싸워 이기는 게 김승연 회장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다.

대기업 회장이라 해서 면죄부를 줘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에서 김승연 회장에 대해 연민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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