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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가 먼저인가? 창조적 정부가 먼저인가?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41> 창조경제 논의를 보면서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입력 : 2013.04.01 06:00|조회 : 6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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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참 좋은 말이다. 지금 한국경제에 딱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창조경제를 둘러싼 최근의 논의를 보면 한 뼘쯤은 공중에 붕 떠있는 것 같다. 모두가 창조경제를 이야기하는데 그저 ‘감(feeling)’만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 공무원들과 연구소들이 대단하다 싶다. 이정도 감만으로도 창조경제와 관련한 과제와 보고서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심지어 ‘창조금융’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것도 아주 일사천리로. 또 탑다운 방식으로, 즉 비창조적인 방식으로.

흔히 창조경제라고 할 때 ‘창조’라 함은, 한국어로는 똑같이 창조로 번역되지만, ‘creation’이 아니라 ‘creative’이다. creation은 천지창조에서의 창조, 즉 진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creative는 기존에 있던 것을 비틀고 뒤집고 벽돌 한 장 얹는 변형이고, 끊임없는 진화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이 창조경제의 사례로 자주 인용하는 애플 역시 ‘발명(invention)’이 아니라 ‘혁신(innovation)’쪽이다. 2001년 아이팟 이전에 1998년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의 ‘Rio’라는 MP3 플레이어가 있었고, 2007년 아이폰 이전에도 블랙베리 같은 많은 스마트폰이 있었다. 어쩌면 에디슨을 마지막으로 발명의 시대는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부의 창조경제 접근법을 보면 마치 대한민국을 창조경제로 creation하겠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허물고, 재편하고, 새로 짓고, 또 왜 그렇게 하는지 국민들을 가르치면서 말이다. 창조경제 전도사로 불리는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은 “창조경제는 사람의 두뇌를 활용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최근 강연에서 말했다. 그런데,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겠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겠다’고 너무 강조하다 보면 판이 커지고, 공사가 커지고, 그러다 보면 creative가 오히려 움츠러들기 십상이다.

더욱이 창조경제는 전도해서 될 일이 아니라, 이미 정부보다 더 창조적인 민간의 creative를 더 듣고, 배워서, 정책에 반영해야 가능한 일이다.

최근 구글이 블로그 RSS 서비스 '구글리더'를 폐쇄한다고 발표하자 밖에서보다 안에서 더 난리가 났다. 매주 금요일 오후 창업자들과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하는 'T.G.I.F' 행사에서 반발이 터져 나온 것. 한 한국인 직원은 "이날 래리 페이지 면전에서, 그렇게 대놓고 '구글이 사악해진 것 아니냐'고 비판을 쏟아내는 문화를 보면서 놀랐는데, 이것이 구글의 경쟁력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창조경제의 출발도 이런 문화 아닐까? <사진출처: 뉴욕타임스>
최근 구글이 블로그 RSS 서비스 '구글리더'를 폐쇄한다고 발표하자 밖에서보다 안에서 더 난리가 났다. 매주 금요일 오후 창업자들과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하는 'T.G.I.F' 행사에서 반발이 터져 나온 것. 한 한국인 직원은 "이날 래리 페이지 면전에서, 그렇게 대놓고 '구글이 사악해진 것 아니냐'고 비판을 쏟아내는 문화를 보면서 놀랐는데, 이것이 구글의 경쟁력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창조경제의 출발도 이런 문화 아닐까? <사진출처: 뉴욕타임스>
또 한 명의 창조경제 전도사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강연에서 “우리는 삼성전자를 대단하게 보지만 삼성전자보다 애플이 지식자산이 월등하게 앞선다. 이것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게 창조경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도 최근에는 ‘다른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애플이 제치고 스마트폰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의 많은 언론들이 삼성전자의 성장비결을 앞다퉈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삼성이 어떻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넘버1이 됐는가’라는 특집기사를 다뤘는데, 그 중에 이런 분석이 눈에 띈다.

“삼성은 새로운 산업에 진출할 때 일단 부품을 장악한다. 부품을 공급하면서 해당산업을 공부하고 인사이트를 얻는다. 그래서 다른 회사보다 3년은 앞서 볼 수 있다. 이후 완성품 시장에 진입하기로 결정을 내리면 천문학적으로 투자한다. 삼성은 디스플레이 메모리 프로세서 등 수많은 기술집약적 부품들을 생산하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은 상상할 수 없는 수많은 종류의 라인업을 선보일 수 있다. 그만큼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지식자산만큼이나 하드웨어와 부품도 중요하다. 혁신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와 혁신을 좇는 페스트 팔로워의 경계는 어쩌면 ‘’지식자산’이나 ‘창조’라는 한 두 마디로 무 자르듯 선을 그을 수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정부가 창조경제를 너무 창조적으로 해석해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정책을 무리하게 창조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 무엇을 창조하라고 확정하고, 지시하고, 예산 배정하고, 깃발을 든다고, 한국경제가 갑자기 창조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창조경제는 어쩌면 문화가 바뀌고, 의식이 바뀌어야 만져볼 수 있는, 지난한 과정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창조경제는 ‘무엇을 만들 것이냐’보다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끊임없는 콜래보레이션(협업)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이 정석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정부는 과연 창조적인가? 창조경제 이전에 창조정부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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