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사' 100억 부도위기였는데 지금은…

B2B(기업간거래) 구매대행 전문업체 처음앤씨 (40원 ▼59 -59.60%)가 글로벌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을 돕기 위해 기금 조성에 나선다. 금융권에서 대출 받을 수 없는 회사들의 물품 구매를 대행해 동반 성장을 꾀하려는 포석이다.

2006년 설립된 처음앤씨는 한동안 B2B 전자결제 전문기업으로만 알려졌다.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이나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보증)을 받아 물품을 구매하는 기업, 물품 판매업체를 연결해 중개 수수료를 받았다.


5년 넘게 B2B 전자결제 서비스업을 하면서 자연스레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DB(데이터베이스)가 쌓였고, 2011년 3월 B2B 구매대행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시장성 있는 상품을 현금으로 구매한 뒤 합의된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대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이때 판매 차익과 수수료로 수익을 올린다.

처음앤씨의 구매대행 사업부문은 지난해 매출액 655억원의 90.9%(596억원)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했다. 전자결제 부문은 8.8%(58억원)에 그쳤다. 사실상 중소기업 대상 사업으로 매출의 전부를 올리는 셈이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구상은 14년 전인 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상연 대표(43)는 지난 88년 빅빔을 설립해 90년대 플로피디스크 유통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올렸지만, IMF 외환위기 때 100억원의 부도 위기를 맞았다.


"1997년 부도위기 때 패닉상태였죠. 물건을 구매하고 싶어도 어떤 기관도 선뜻 돈을 빌려주려는 곳이 없었어요. 지금의 구매대행은 당시 경험이 큰 힘이 됐습니다"

당시 금 대표는 유통·제조가 아닌 안정적인 사업을 고민하다 B2B 전자결제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자신의 아픔을 되새기며 중소기업과 상생 방안을 찾던 중 구매대행 사업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현재 처음앤씨는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금융권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많이 찾는다. 기업 입장에선 구매 비용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또 자금력보다 많은 원자재를 조달할 수 있어 기업을 신장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금 대표는 "신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정작 금융권에서는 사고 위험 때문에 어려운 기업들에게 대출을 하기 쉽지 않다"며 "그래서 생각한 게 구매대행 펀드"라고 말했다.

금융권 입장에선 간접 투자라는 점에서 위험부담이 적고, 현금으로 구매하는 처음앤씨는 더 많은 물품을 구매해 다양한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 특히 상장사인 처음앤씨가 BW(신주인수권부사채)나 금융권 차입에 따른 이지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

금 대표는 중소기업 지원이란 큰 틀 안에서 영역을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 우선 중소기업이 필요한 시설을 구매할 때, 판매사와 구매사가 공정 경쟁하는 중소기업 시설자금 전자거래시스템(시설MP1) 시장에 진출한다.

하반기에는 오픈마켓, MRO, 입찰거래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B2B 커머스 포털사이트를 만들어 중소기업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새 정부의 정책과 상호협력이 가능한 사업 덕분에 증시에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월 이후 주가는 62.1% 급등해 2일 9440원으로 마감, 2010년 6월 상장 후 처음으로 1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 대표는 "우량한 기업은 정부가 아니더라도 자금조달에 큰 문제가 없다"라며 "새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중소기업 지원 인 만큼 정말 필요한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