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 아침부터 '동방신기' 감상, 왜?

3일 오전 7시. 국내 유수 비상장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에 모여 동방신기 동영상부터 감상했다. 이른 아침,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짓는 참석자들에게 최웅필 KB자산운용 이사가 말문을 뗐다.

"감동적이신가요? 주식시장은 예측할 수 없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는 곳입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기업의 재무책임자인 여러분도 이런 동영상 같은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접하며 변화에 대비하셔야 합니다."


이날 강연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본부장 김진규)가 코스피 상장을 희망하는 기업 대상으로 준비한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가치주 펀드로 고수익을 기록해 탁월한 운용 능력을 인정받은 최 이사를 초빙, '기업가치 제대로 평가받는 노하우'를 주제로 강연을 주선했다.

에스엠 (81,000원 ▼1,500 -1.82%) 대박 투자로 유명한 최 이사는 에스엠의 시가총액이 600억원일 때 동방신기의 도쿄돔 공연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과거에 소폭 적자를 내던 에스엠은 이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시가총액 1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지금 에스엠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5배 수준까지 성장해 시장 평균 9배 대비 월등하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처럼 시장은 좋은 비즈니스 모델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 때문에 IPO를 희망하는 여러분은 독보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 초반 동방신기의 동영상을 감상하며 어리둥절했던 CFO들은 자못 진지한 모습으로 그의 말을 경청했다. 이날 행사에는 코스피 상장을 준비 중인 20개 기업 임원이 참석했다.

최 이사가 말하는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받는 기업'의 요건은 세 가지다. 독보적인 시장점유율, 구조적인 성장성 그리고 양호한 현금흐름이다. 이런 요건을 갖춘 기업으로는 NHN (181,500원 ▼1,200 -0.66%)을 비롯해 에스원 (61,700원 ▼700 -1.12%), 강원랜드 (15,100원 ▲190 +1.27%), CJ CGV (5,700원 ▼30 -0.52%), 오리온 (14,400원 ▲250 +1.77%)을 제시했다. 현재 이들 기업의 PER은 20배가 넘는다.

글로벌 IT기업인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의 주가수익비율은 8~9배에 불과한 이유도 비즈니스 모델에서 찾았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끝없는 기술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므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최 이사는 "코스닥 기업 동서의 경우 매년 1000억원 이상의 현금 유보가 쌓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춰, 지속적으로 기업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상장 희망 기업은 곳간에 현금이 쌓이는 비즈니스 구조를 갖추는 고민을 먼저 하길 당부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상장한 뒤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른 기업으로는 메디톡스 (129,200원 ▼100 -0.08%)와 파트론 (7,880원 ▲30 +0.38%)을 예로 들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테마로 상장 직후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고평가된 사례로 D사를 거론했다. 공모자금을 무리하게 투자해 기업 가치를 갉아먹은 곳으로는 S사를 지적했다.

그는 "비상장 기업이 기업공개를 할 때는 공모자금을 최대한 많이 조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유통 시장에서 좋은 이미지로 투자자와 함께 가려면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김진규 거래소 유가시장본부장은 "지난해는 글로벌 IPO 시장 침체로 상장 기업이 많지 않았다"며 "거래소가 주관사와 협력해 상장 컨설팅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시, 상장 희망기업의 기업공개를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