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시장, 과도한 규제에 신상 내놔봐야 '절름발이'

전세계 파생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우리 시장은 규제에 발목 잡혀 역주행을 거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유독 파생시장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규제완화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거래소를 제외한 해외 파생상품시장 거래량은 208억2200만 계약으로 전년(193억5400계약) 대비 7.6% 증가했다. 미국(9.9%)은 물론 일본(39.9%), 중국(39.4%) 등 아시아 국가들이 크게 성장했다.

반면 우리 파생상품 거래량은 2011년 39억2800만 계약에서 2012년 18억3600만 계약, 2013년 8억2100만 계약으로 감소했다. 거래량 순위도 전세계 2위(2011년)에서 3위(2012년), 8위로(2013년) 꾸준히 하락했다.

2012년 전년대비 53.3%이던 감소율은 지난해 55.3%로 늘어났다. 지난해 파생상품 거래량기준 상위 10개 국가중 거래량 감소율이 두 자리수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규제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 코스피200 옵션 승수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하면서 거래 진입장벽이 높아졌고 시장도 위축됐다"고 말했다. 각종 과세조치나, 주식워런트증권(ELW) 유동성공급자(LP) 호가 제한, FX마진거래 증거금 인상 등도 우리 파생시장을 고사 위기로 몰아넣은 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지난달부터 파생상품 관련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이달 말까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나, 업계가 기대했던 규제완화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파생시장 규제관련 TFT를 통해 금감원과 거래소, 업계와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결론이 나지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생시장 활성화 방안이 거의 마무리 단계이지만 변동성지수 선물이나 장기국채 선물, 상장지수채권 등 신상품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기존 규제완화는 거의 다루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특단의 조치없이는 우리 파생시장이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 아시아 경쟁국에 밀려 고사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파생시장 규제에 나선 것은 개인의 과도한 투기적 거래를 막고자 한 것이지만 오히려 현물시장 위축 등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ELW 호가제한의 경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국은 지난 2011년 증권사들이 초단타매매자인 스켈퍼에게 전용회선을 제공해 부당거래 논란이 제기된 이후 ELW 호가제한에 나섰지만 최근 대법원은 ELW사태 관련 증권사 관계자들에 일제히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 때문에 당국이 전문적 거래가 필요한 파생거래에 대해 일반투자상품과 동일한 투자자 보호 잣대를 들이대며 호가를 제한한 것은 시장의 특성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상경 한국파생상품학회장(한양대 경영대 교수)은 "유동성이 낮은 시장은 가격 조정 등 불공정 거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당국이 최근 미니선물이나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인 상장지수증권 (ETN)을 개발해 파생상품 시장을 활성화 하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규제완화를 통해 다양한 투자자들을 시장에 참여시킬 수 있을 때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에 막혀 기존 파생상품도 투자하지 않는데 신상품에 누가 눈을 돌리겠느냐"면서 "규제완화 없는 파생시장 활성화 방안은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