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개조도 불법?…"껌보다 작은 튜닝 시장"

2014 오토모티브위크 /사진제공=오토모티브위크

#평소 오프로드를 즐기는 A씨는 차체를 높이고 타이어를 광폭으로 바꾸었다. 타이어가 예상보다 넓어 차체 밖으로 조금 튀어나오긴 했지만 주행에 문제가 없고, 다른 차량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A씨의 '작은' 튜닝은 승인을 받을 수 없는 '불법'에 해당한다.

# B씨는 일반 주간주행등을 LED로 바꾸려고 했다. 단순히 등을 교체하는 것인데도 관할 시청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이를 위해 5단계를 거쳐야 했고, 모두 9종의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결국 B씨는 주행등 교체를 포기했다.


'푸드트럭' 허용 방침을 계기로 자동차 튜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은 산넘어 산이다. 튜닝은 주행 성능 향상이나 구조 변경 외에도 유리 썬팅, 오디오 교체, 색상 변경 등 양산된 자동차를 약간 변형하는 작업을 모두 포함한다.

국내에서는 그러나 ‘튜닝=불법’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현행법상 자동차 7개 구조 가운데 2개, 21개 장치 중 13개 외엔 튜닝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치러지는 모터스포츠 대회만 20여개, 관련 동호인은 100만명으로 늘었지만 튜닝에 대한 규제나 인식은 인색하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국내 모터스포츠에 출전하는 대부분의 차량은 일반 도로에 나오는 순간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하게 된다. 차량의 높이를 높이거나, 중량 분포에 변화를 주는 튜닝은 모두 불법인 탓이다. 예컨대 일반 승합차를 캠핑카로 개조하는 것조차 불법이다.


그나마 허용된 튜닝도 승인이 받는데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머플러(소음기)를 바꾸거나 엔진 출력을 높이려면 '튜닝승인 신청(교통안전공단)→튜닝승인→튜닝작업(정비사업소)→튜닝 확인검사(교통안전공단)' 등을 거쳐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서류만 9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튜닝 산업은 연간 5000억원 규모로 묶여있는 상황이다. 국내 '껌 시장'(6000억원)보다 규모가 작다. 93조원 규모의 세계 5위 완성차 시장을 가진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국내에 튜닝을 취급하는 업체 500여곳. 대부분 영세 사업자고, 튜닝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도 제한적이다. 배준형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항공과 서기관은 "우리나라는 튜닝을 정비소나 카센터에서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튜닝을 하는데 적합한 업체가 얼마나 있는 지도 파악이 안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규제를 개혁하고 튜닝 산업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 튜닝 부품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전남 영암과 대구 남산동에 '튜닝 인프라'를 조성키로 했다. 궁극적으로 글로벌 튜닝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완성차 대비 튜닝시장 규모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은 적극적으로 튜닝 산업을 키우고 있다. 98조원이나 되는 튜닝 시장에서 이들 국가가 절반 이상(미국 33조원, 유럽 23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80년대 튜닝을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분야로 정하고, 독일 자동차 튜닝 협회(VDAT)를 만들었다.

독일 정부와 VDAT가 튜닝에서 제일 중시하는 것은 '안전'이다. 이에 VDAT 가입 및 튜닝 부품 판매를 위해서는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안전에 대한 신뢰 확보가 부품 구입 및 튜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증제'가 실시되자 절차가 간소화되며 튜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튜닝을 원하는 소비자는 승인된 부품을 구입한 뒤 장착하고, 온라인으로 등록만 하면 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공인된 부품 장착을 전제로 사실상 튜닝을 자유화했다.

이에 맞춰 튜닝업체들은 튜닝부품 '보증제'를 실시하며 튜닝 시장을 활성화했다. 또 편하게 튜닝할 수 있도록 별다른 부품교체 없이 장착만으로 충분한 튜닝 부품들을 내놨다. 최근 독일 튜닝업체가 출시한 엔진전자 제어장치(ECU)는 20분 만에 장착이 끝나고, 바로 엔진 성능이 향상된다.

지난 9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자동차 튜닝 부품 산업 발전 전략 세미나'에 참석한 헤럴드 슈미츠 VDAT 상임이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차를 개성 있게 꾸미고 싶어 한다"며 "VDAT는 소비자들이 차를 안전하게 튜닝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독일 및 유럽의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합법적인 튜닝 차량을 도로 위에서 주행하도록 하는 것이 튜닝 산업을 발전시키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