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지표 회복 조짐…실물경기 볕 드나

얼어 붙었던 실물 경기에도 봄은 왔을까.

한국은행이 지난주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는 2011년 상반기에 저점을 찍은 후 상승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를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0%보다 1%포인트 높은 4.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각 제조업체가 체감하는 현장의 경기 역시 지난해 1~2분기에 바닥을 경험한 뒤 미미하나마 살아나는 조짐이 보인다.


경기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공작기계 수주가 대표적이다. 15일 한국공작기계협회에 따르면 공작기계 수출수주는 여전히 마이너스지만 내수수주는 18.6% 늘었다. 국내 설비투자 수요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다.

현대위아 (57,200원 ▼900 -1.55%), 두산인프라코어 (8,020원 ▲50 +0.63%), S&T중공업 (16,950원 ▲490 +2.98%) 등 주요업체들의 1분기 공작기계 수주량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 공작기계업체는 추세적으로 개선되는 것인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1분기만 놓고 보면 수치가 확실히 좋아졌다고 판단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공작기계 수주량이 올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등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동향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화물 물동량을 나타내는 BDI(벌크선운임지수) 역시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BDI는 지난 1월2일 2113이었으나 지난 14일 989로 1000선이 무너졌다. 대서양 수역의 화물운송 감소로 급락했지만 지난해 4월 평균 BDI(874)보다 높다.


해운업계는 지난해 △1월 평균 771 △2월 745 △3월 876 등으로 저점을 다졌고 올 △1월 1472 △2월 1140 △3월 1484 등 확연히 좋아졌다며 일시적인 조정을 거쳐 상승기조로 바뀔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컨테이너선은 2~3분기 성수기를 맞아 국내 메이저 선사들이 원한 것만큼은 아니지만 운임인상이 반영되고 있어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업황이 나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비정상적이던 운임이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신조선가지수(클락슨리서치 집계) 역시 2012년 12월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 5월 바닥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 최근 136까지 올라왔다.

극심한 침체를 보이던 자동차 내수판매도 플러스로 전환됐다. 1분기 자동차 내수판매는 33만758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났다. 수출 역시 78만8957대로 1.1% 증가세를 보였다.

주목할 대목은 경차와 1톤트럭 판매다. 경차 판매가 2월 이후 되살아나며 지난해 1분기보다 0.7% 늘고 1톤트럭은 7.3% 증가했다. 특히 경기가 나쁘면 가장 먼저 지갑을 닫고 좋아지면 가장 먼저 지갑을 여는 게 경차 소비자들이어서 호전의 신호로 읽힌다. 1톤트럭 판매확대 역시 경제활동이 활발해진 증거로 볼 수 있다.

석유화학 역시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나프타 소비량이 늘어났다. 지난 1~2월 나프타는 6678만배럴 소비돼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제품의 주원료 중 하나로 나프타 소비가 많으면 유화제품 공급이 확대되고 이를 재료로 하는 제조업 생산이 활기를 띨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여기에다 경유 소비가 2184만 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2.11% 증가했는데 대부분 운송용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하게나마 경기회복의 징조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상대적으로 업황이 나았던 전자나 반도체, IT(정보기술)업종 역시 D램 등 메모리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전체적인 실적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관계자는 "우리는 '갤럭시S'의 판매 여하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데 '갤럭시S5'의 초기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