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삼성은 왜 '반올림'의 변화에 혼란스러워할까?

"지난 11일 이후 심상정 의원과 반도체 백혈병 산재의심 가족, 반올림 등 3자 공동기자회견 이후 많은 부분이 혼란스럽고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설명 드리려 왔다"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기자실을 찾아온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백수현 전무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반올림, 백혈병 가족 3자 공동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터져 나온 반올림 측의 입장 변화에 대한 아쉬움을 이같이 토로했다.


백 전무는 "지난 9일 삼성 백혈병 직업병 해결촉구 기자회견을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반올림 측이 진행한 이후 11일에 공동 제안문을 삼성전자 측에 직접 전달해 와 지난 14일 김준식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이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심상정 의원과 반올림, 유가족 등은 공동 기자회견문에서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안 마련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14일 입장발표를 한 이후 반올림 측이 심 의원 측과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안 마련은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삼성이 혼란이 빠졌다.

삼성 관계자는 "당초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던 안 자체가 3자가 합의한 것이 아니라고 말이 바뀌면서 검토 대상이 바뀌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시험출제자가 제시한 '시험문제'를 풀기 위해 학생이 시험지 앞에 앉았는데, 출제자가 정작 시험을 보고 있는 학생에게 그 문제가 아니라고 문제를 바꾼 셈이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에서는 삼성이 제3의 중재기구를 먼저 제안했고, 이를 반올림 측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오해되고 있다며, 삼성이 마치 협상을 거부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심 의원 측은 이와 관련 기자회견 자료는 반올림 측과 함께 작성해 서로 확인한 것이고, 기자회견 당시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합의한 것으로 봤다며,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해 검토할 대상과 보상 부분에 대해 일부 커뮤니케이션상 오해가 있었던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3의 중재기구가 논쟁의 쟁점이 될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빌미로 협상을 어렵게 가져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심 의원 측과 반올림 측에서 제안한 내용에 보면 '삼성전자는 직업병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의 합의 하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를 구성하고 중재기구에서 마련한 합당한 방안에 따라 보상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과 합의 하'에 구성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라면 굳이 반올림 측이 마다하고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유족들이 포함된 반올림 측이 협상테이블의 주체가 되려면 모든 유족을 대표할 수 있는 위임장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된다. 하지만 본협상 첫날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로 알려졌다.

이는 결국 '유족이나 환자 및 그 가족을 위한 협상보다는 협상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논란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문제를 완만히 잘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지 이번 일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결코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