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버뮤다 금융당국, 금감원 찾은 이유는 ?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BMA로고 / 웹사이트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버뮤다의 금융감독당국이 최근 업무 협의차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주목을 끌고 있다. 조세피난처 소속 금융당국 관계자가 특정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직접 금감원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버뮤다통화감독청(BMA)의 금융투자감독국장 일행은 지난 15일 금감원을 찾아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그룹에 대한 공동 감독과 모니터링을 위해 당국간 채널 구축을 협의했다.

BMA가 피델리티에 대한 공동 감독을 요청한 것은 피델리티의 미국을 제외한 자산운용 업무 부문 본사가 버뮤다에 있기 때문이다.

앞서 BMA는 피델리티에 대한 당국간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며 영국과 미국, 일본, 홍콩 등이 참여의사를 표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이 급변하고 역외펀드 등 국제 상품이 많이 늘어난 만큼 주요국 금융당국이 노하우를 공유하고 특정 이슈에 공동 대응하자는 차원의 협의"라고 말했다. 또 "피델리티에 대한 검사 조치를 염두에 뒀다기보다 글로벌 차원의 리스크 평가나 관리 등에 더 비중을 둔 것 같다"고 덧붙였다. BMA 일행은 앞서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 등도 면담했다.

피델리티는 수탁고가 2750억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운용사로 전세계 25개국에 진출해 있다. 피델리티의 한국 수탁고(일임 포함)는 2조원 수준으로 해외에 비해 미미해 공조의 직접적인 효과가 크지는 않지만 유럽과 미국의 감독 이슈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감원은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영국의 경우 가령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 전체나 지주사 같은 금융그룹을 일괄 감독하는 복합금융감독국이 있는데 이번 BMA의 시도는 글로벌 차원의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감독당국간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피델리티 한국법인 관계자는 "BMA측이 방문해 당국간 공조채널 구축에 대해 설명했다"며 "피델리티만을 염두에 둔 조치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