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보험·재보험' 독점 균열 조짐, 현실화되나

서울보증보험의 '보증보험', 코리안리의 '재보험' 시장에 독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의 독점을 깨는 관련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고 코리안리에 대항할 제2보험사 설립 움직임도 진행 중이다.

금융산업의 경쟁 촉진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상반기 중 보증보험, 재보험 시장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는 서울보증보험의 독점을 무너뜨릴 법안이 계류 중이다.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보증사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2012년 5월부터 공공기관과의 조달계약에 한해 보증사업을 하고 있지만 업무 범위의 제한을 없애자는 것. 중기중앙회가 민간보증까지 할 수 있게 돼 서울보증보험의 독점이 깨지게 된다.

산업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16일, 17일 이 법안에 대해 집중 심의했다. 일단은 금융위원회가 비전문금융기관인 중기중앙회가 위험성이 높은 민간 보증보험까지 실시할 경우 부실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대 의견을 내 보류됐다. 대신 서울보증보험은 중소기업 보증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중기중앙회는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해 산업위에 보고토록 했다.


하지만 서울보증보험이 중소기업 보증료 인하 계획을 제출하더라도 산업위 의원들 사이에 중기중앙회의 민간 보증 확대 의견이 강해 다음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국회의 요청이 있어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은 국회가 보증보험업이 갖고 있는 리스크를 인정해 2006년, 2007년에도 두 차례 비슷한 법안을 부결시켰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보험업 중 또 하나의 독점 분야인 '재보험' 시장도 '코리안리'에 대적할 제2 재보험사 설립이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와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을 지낸 김기홍 팬아시아리컨설팅(PARC)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김 대표 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재보험사 설립 계획안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투자자 모집 등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료 출신으로 보험개발원장을 지낸 정채웅 법무법인 광장 고문을 비롯해 이름 있는 금융권 전문가들이 합류해 설립 준비가 한창이다.

금융당국도 보험산업의 경쟁 촉진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발표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큰 방향도 '경쟁 촉진'이다.

다만 보증보험과 재보험 시장의 경쟁 체제 전환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체적인 산업발전 계획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것. 보증보험은 리스크가 큰 산업인만큼 자칫 경쟁 허용이 동반 부실을 불러올 수도 있고 재보험 시장 개방시 '윔블던효과'(시장 개방 후 외국 회사가 국내 시장을 장악)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증보험과 재보험의 경쟁 체제 도입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며 "금융업 해외 사례와 국내 시장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상반기 중으로는 정부의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