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에도 회사출근" 당첨 숨긴 이유는?

지난해 로또 복권 1등 당첨자의 92%가 '직장에 다니는 등 평상시 생활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자료사진=뉴스1

#매주 2만원 어치의 로또를 구매하며 '인생역전'을 꿈꾸던 40대 직장인 남성 김진모씨(가명)는 로또 구매 10년여 만에 로또 1등에 당첨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해당 회차의 1등 총 당첨금액은 약 153억원. 그러나 해당 회차 1등에 8명이 동시 당첨 되며 1등 1명의 당첨금은 세금을 제외한 뒤 13억원 가량이었다. 김씨는 "당첨 후 생활에 여유가 생긴 것은 맞지만 빚을 갚고 노후 연금 등에 가입하니 남는 돈이 없더라"라며 "가족에게 당첨 사실을 비밀로 한 채 남들과 똑같이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단돈 1000원으로 '인생 역전'을 꿈꿀 수 있게 해주는 로또가 직장인들의 소소한 즐거움으로 자리 잡은 지 13년째다.


나눔로또에 따르면 로또 1회부터 579회까지 로또 총 판매액은 31조3883억원, 그 중 당첨금액은 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15조6941억원에 달했다. 또 지난해까지 로또 1등에 당첨된 행운의 주인공은 총 3394명, 평균 당첨금액은 20억8836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생 역전'의 꿈, 30~40대 직장인 가장 많이 꿨다

복권위원회와 시장조사전문기관 한국 갤럽이 2009년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복권 구매자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직장 생활을 하는 30대~40대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30대 중 복권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72.4%로 가장 높았으며 40대 역시 66.6%가 복권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사무직)의 로또 구입 경험률이 69.7%로 가장 높았고 뒤 이어 △자영업(69.5%) △블루칼라(64.8%) △가정주부(42.2%) 순이었다. 30~40대 사무직 직장인이 복권을 통한 '인생 역전'을 가장 많이 꿈꿨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남성 A씨는 "부서 상사와 매주 월요일 점심 식사 후 재미삼아 로또를 구입한다"며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잠시나마 달콤한 꿈을 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구매율이 높은 만큼 1등 당첨자도 40대에서 가장 많이 배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나눔로또가 지난해 1등 당첨자 393명 중 1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등 당첨자 '평균 스펙'은 서울, 경기지역에 거주하는 월평균 소득 300만원 미만의 40대 기혼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눔로또 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30대~40대들의 정체성은 '가장'이기 때문에 복권을 통해 가족과 함께 여유롭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싶어 해 구매율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줄어든 1등 당첨금…당첨자 92% "회사 계속 다닐 것"

많은 사람들이 로또를 통해 퇴직이나 개업 등 '인생 역전'을 꿈꾸지만 현실은 이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눔로또의 지난해 1등 당첨자 대상 설문조사결과 이들 중 92%는 직장에 다니는 등 평상시 생활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당첨금이 현재의 직장이나 하던 일을 그만둘 정도로 큰 변화를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는데 반해 1인당 1등 당첨금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로또복권 통계를 살펴보면 연평균 1인당 1등 당첨금은 도입 첫 해인 2002년 약 20억100만원에서 2003년 42억2900만원, 2004년 30억350만원에 달했으나 2011년 18억4000만원, 2012년 19억7500만원, 2013년 17억6900만원으로 비교적 낮아졌다. 한 회차에 1등 당첨자가 30명이나 나온 546회(2013년 5월18일)의 경우 당첨금이 세전 4억원이었다.

금액이 줄어들면서 1등 당첨자들의 당첨금 사용처도 '예금가입·주식투자 등 재테크'가 31%로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대출금 상환(28%) △주택·부동산 구입(23%) △부모님이나 주변 가족 돕기(11%) △사업자금으로 활용(6%) 등의 순이었다.

반면 이 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로또 1등 당첨자의 82%가 '당첨금액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하는 등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여성 B씨는 "요즘 로또 1등 당첨금으로는 강남에 아파트 1채도 못 사긴 하지만 5억이든 10억이든 당첨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다음 주에도 소소한 즐거움을 위해 5000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