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보류' 인권위, ICC에 보낸 답변서도 '부실'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지난 3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로부터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재심사를 위해 제출한 답변서에서도 부실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ICC는 파리원칙 부합 여부를 심사해 5년마다 각국의 인권기관 등급을 A~C로 나눈다.


지난 2004년 ICC 가입 후 A등급을 유지하던 인권위는 지난 3월 ICC로부터 "인권위원의 다양성과 투명성, 독립성을 보완하라는 2008년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

7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실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달 말 ICC에 그동안 활동내용, 앞으로 계획 등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했다.

답변서를 통해 인권위는 ICC의 권고안 이행을 위한 노력으로 ▲실무추진단 구성 및 운영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아태지역국가인권기구포럼(APF)에 법률 자문 및 모범입법례 요청 ▲전문가 및 시민단체 자문 요청 및 간담회 개최 ▲국회 및 대법원 등 관계기관 협의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을 위한 논의 등을 밝혔다.


그러나 답변서에 담긴 이같은 인권위의 활동이 국제기준을 충족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잇다.

ICC권고 이행을 위해 구성한 '실무추진단'은 외부 인사 없이 인권위 직원 11명으로만 구성됐다. 특히 실무 추진단의 단장은 인권위 사무총장, 총괄은 인권위 정책교육국장 등이 맡았다.

또 자문은 14명 전문가와 28개 시민단체에 요청했으나 답변은 3개 단체와 6명 전문가로부터만 받았다.

이에 대해 전 의원 측은 "답변서에서 ICC가 요구한 투명성, 다양성, 독립성 등 보완에 대한 인권위의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며 "현병철 위원장이 물러나지 않는 한 '식물인권위'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일 80여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은 ICC에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등급을 내려달라는 의견서를 보냈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독립성 훼손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인권위의 등급을 하락시켜야 한다"며 "인권위가 지난 6년간 뒷걸음치고 있음에도 A등급을 유지하는 것은 국제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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