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번 찾은 국빈호텔이지만…신라호텔 '4전5기' 왜?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사진=김유경기자

지난 3일 시진핑 중국 주석 방문으로 국빈호텔로 불리는 신라호텔의 위상이 전 세계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라호텔 주차관리 직원들은 시 주석 방문 내내 좌불안석이었다. 신라호텔은 극심한 주차난으로 악명 높은데 시 주석과 박 대통령의 경호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주차난이 더 심각했기 때문이다. 영빈관까지 갖춘 국빈호텔의 이면에는 이렇게 말 못할 고민이 깔려 있었다.

신라호텔이 서울 장충동 서울 성곽 주변을 녹지공원으로 바꾸고 성곽과의 이격거리를 현행 7m에서 29m로 넓히는 등 서울 성곽 경관 보존 대책을 보완해 호텔 증·개축을 추진한다. 신라호텔은 이 같은 증·개축 계획안을 연내 서울시에 재신청할 예정이다.


신라호텔은 2011년부터 자연경관지구 내 일반호텔 건립이 불가능하자 한옥호텔로 계획을 바꾸고, 서울성곽 보전 문제가 불거지자 녹지공원 조성안을 내놓는 등 모든 문제에 개선책을 찾는 '4전5기' 자세로 증·개축 인허가를 놓고 서울시와 조율을 벌이고 있다.

신라호텔은 고질적인 주차난을 해결하는 한편 관광산업 강화의 핵심인 시내 면세점 새 단장을 위해서는 증·개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신라호텔은 지난해 말 인근 동호로 일대 노후주택과 건물들을 모두 매입했고, 최근 거주자 퇴거 조치도 끝냈다. 지난해 7월 서울시는 신라호텔이 제출한 증·개축 계획안에 대해 서울 성곽 경관 보존 문제를 이유로 서울시 한양도성도감과와 상의하라며 계획안 심의를 보류한 바 있다.


9일 서울시와 호텔업계에 따르면 신라호텔은 지난 5월 서울시와 호텔 증·개축 관련 비공개 실무협의를 갖고 신라호텔 면세점 증·개축 수정 계획안을 올 하반기 중에 서울시에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신라호텔은 특히 서울시가 서울 성곽 경관 보전 대책을 마련하라는 주문과 관련해 장충체육관과 서울 성곽 사이 동호로 233번지 일대 건물 5개동을 모두 매입해 녹지공원을 조성하고, 장충체육관 인근에도 4300㎡에 이르는 녹지공원과 지하주차장을 조성해 이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할 방침이다.

중구청에 따르면 신라호텔은 이를 위해 성곽 바로 옆에 위치(동호로 229)한 5층 건물과 △동호로 233-3(지하1층~지상2층, 99.18㎡) △동호로 231(지상2층, 131.16㎡) △동호로 233-10(지하2층~지상2층, 166.61㎡) 등을 매입하고 거주자들을 퇴거 조치했다.

지금은 서울 성곽이 이들 건물 때문에 끊어져 있고 동호로 대로변에서도 잘 보이지 않지만 신라호텔이 이 건물들을 모두 헐고 녹지공원을 조성하면 성곽으로의 접근성이 한결 좋아지고, 건물에 가려져있던 남산 조망권도 확보된다.

증·개축의 핵심인 면세점 건물도 한옥 형태로 지어 영빈관과 성곽, 녹지공원과 잘 어우러지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가 민감해 하는 서울 성곽 경관 보전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신라호텔은 2011년부터 서울 호텔신라의 증·개축을 추진해왔다. 현재 면세점 건물을 호텔로 변경해 증·개축하려면 용적률 완화(30%→40%)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주변 건물을 사들여 녹지공원과 지하주차장을 조성해 서울시에 기부 채납하는 방안을 채택한 것이다.

신라호텔이 이처럼 증·개축에 몰두하는 배경은 국빈호텔로서 심각한 주차난은 물론 면세점 노후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신라호텔의 현재 주차대수는 450대로 증·개축이 이뤄지면 주차대수가 1000대 이상으로 늘어난다. 신라호텔은 특히 장충단공원이나 장충체육관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기부채납 할 녹지공원 아래에 200대 규모의 지하주차장을 별도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시민들에게 서울성곽 녹지공원과 주차장을 함께 돌려준다는 것이다.

면세점 증·개축도 국내 시내 면세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신라호텔의 시내 면세점은 현재 3층 건물로 6910㎡에 불과해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기에는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때문에 현 주차 건물 부지에 지하4층~지상3층 규모로 면세점을 신축해 면적을 8005㎡까지 넓힐 계획이다. 이 같은 시내 면세점 강화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증가는 물론 신규 고용 창출 효과도 톡톡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라호텔은 앞으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한양도성도감과의 자문을 받아 증·개축 내용을 면밀히 수정 보완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신라호텔은 자연경관지구내 호텔 증·개축이 문제가 되자 한옥호텔로 건립 계획을 전환했고, 성곽 보전이 문제가 되자 녹지공원 확보 같은 대안을 내놓았다.

국내 한옥호텔 전문가는 "서울 성곽 때문에 증·개축 인허가가 보류됐지만 관광서비스산업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도 신라호텔 증·개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 특혜 논란의 프레임에만 갇히지 말고 자연 경관이나 성곽 보존을 더 개선하는 방향을 찾아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