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완화…"무주택서민 '디딤돌→주담대' 갈아탈까?"

#올가을 결혼을 앞둔 한 중소기업 직원 김모씨는 최근 서울 성수동에 있는 3억원짜리 소형아파트(전용면적 59㎡) 구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때문이다. 연봉이 3000만원 정도인 그는 당초 시중은행의 주담대보다 이자가 싸고 대출한도도 높은 '디딤돌대출'을 이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주담대의 LTV·DTI 규제를 풀기로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대출이자는 디딤돌대출이 낮지만 대출한도는 주담대가 더 커진 것. 그는 "모아둔 돈이 많지 않아 디딤돌대출을 받아도 추가로 돈을 빌려야 했는데 이참에 차라리 주담대를 이용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담대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키로 한 가운데 '디딤돌대출'로 서울에 집을 장만하려던 무주택 서민들이 고민을 하고 있다. LTV·DTI 규제완화로 상대적으로 낮았던 시중은행 주담대의 대출한도가 확대돼서다.

올해 초 도입된 '디딤돌대출'은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던 기존 근로자서민대출과 생애최초대출, 주택금융공사의 우대형 보금자리론을 하나로 통합한 정책금융상품이다. 대출대상은 부부합산 총소득 연 6000만원(신혼부부 7000만원) 이하 가구며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가격 6억원 이하만 대출이 가능하다. 최대 대출한도는 2억원.

◇LTV·DTI 풀리면 대출한도 '주담대>디딤돌'
22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현재 연봉 3000만원인 근로자가 서울시내 3억원짜리 소형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디딤돌대출을 신청하면 만기별 대출한도(만기별 3.0~3.3% 적용)는 10~20년까지는 1억8000만원, 30년은 최대한도인 2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같은 조건으로 주담대(LTV 50%, DTI 50%)를 받을 경우 만기별 대출한도(고정금리 평균 3.5% 적용)는 10년 1억2500만원, 15~30년은 1억5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디딤돌대출의 대출한도가 주담대보다 만기별로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5500만원 많은 것.

하지만 정부 방침대로 LTV와 DTI가 각각 70%, 60%로 완화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 주담대의 만기별 대출한도는 △10년 1억5000만원 △15년 2억900만원 △20~30년 2억1000만원 등으로 늘어난다. 만기가 15년 이상이면 주담대의 대출한도가 1000만~3000만원가량 많아지는 셈이다.

이는 디딤돌대출과 주담대의 LTV와 DTI 적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담대는 LTV와 DTI 중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대출해주지만 디딤돌대출은 DTI 40%를 기준으로 그 이하면 LTV 70%, 이상이면 LTV 60%를 적용하는 구조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디딤돌대출과 주담대는 산출방식이 달라 같은 조건이라도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가 다르다"며 "LTV·DTI 규제가 완화되면 연봉 3000만원 이하 저소득 무주택자들의 경우 주담대로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딤돌→주담대 이동…국토부 "디딤돌대출 DTI 완화 없다"
LTV·DTI 규제완화로 디딤돌대출과 주담대의 대출한도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하자 일부에선 디딤돌대출의 DTI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소득 무주택서민들이 디딤돌대출 대신 대출한도가 큰 시중은행 주담대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저소득 무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딤돌대출의 특성상 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자칫 기금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현재 기준이 적합하다고 본다"며 "대출한도에 차이가 발생해도 금리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주담대로의 이동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