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들의 기발함을 만나다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미나와 Sasa[44]의 'Life Savers 2014' /사진제공=삼성미술관 플라토

'진정성'의 '진'이라는 글자가 어쩐지 미심쩍다. 오히려 새빨간 거짓말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지난해 가장 화제가 된 온라인 검색어 가운데 하나인 '진정성'이라는 단어에서 '진'을 한쪽 벽에 크게 쓰고, '정성'을 손 글씨로 700번 반복한 작업, 미나&Sasa[44]의 작품 'Life Savers 2014'다. 작가들이 단어의 의미를 곱씹으며 쓴 빨간색 바탕의 '진'은 진정성의 의미를 되묻는다.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24일 개막한 '스펙트럼-스펙트럼' 전시다.

한국의 현대미술을 이끌고 있는 14명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신진 작가 발굴전인 '아트 스펙트럼' 출신 작가들이 자신들의 동료나 후배 작가들을 추천해 함께 전시를 기획했다. 김범·미나와 Sasa[44]·지니서·오인환돚·이동기·이형구·정수진 작가가 각각 길종상가·슬기와 민·홍영인·이미혜·이주리·정지현·경현수를 추천했다.

이번 전시는 리움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획됐다. 회화, 영상, 설치, 디자인, 퍼포먼스 등 작품 26점을 소개한다. 안소연 플라토 부관장은 "두 개의 스펙트럼이 교차해 빛이 무한대로 분산되는 것처럼 작가들을 전시 기획의 주체로 끌어들여 그들의 시선으로 현대미술을 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기둥을 휘감은 채 펼쳐진 거대한 가죽끈의 실체에 눈길이 간다. 지니서 작가의 '리버스'(Rivers)라는 이 작품은 134개의 양면 색이 다른 가죽 끈을 사용했는데,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무언가 세차게 흘러가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플라토 전시장 상설작품인 로댕의 '지옥의 문'과 마주한 이 작품은 공간과 작품, 관객 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또 김범 작가의 대형 추상화 작업 '무제(친숙한 고통 #13)'도 만날 수 있다. 거대한 미로를 형상화한 이 작품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눈으로 미로 찾기를 하게 되면서 반복적인 패턴을 바라보는 동안 제목의 의미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홍영인 작가가 섬세한 자수 드로잉으로 작업한 '불길의 사랑'도 눈에 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재개를 반대하는 촛불시위의 장면을 표현한 이 작품은 안무가 오설영과 협업한 '우리가 춤추게 하라'라는 퍼포먼스로 이어지기도 한다. 8월 2일부터 9월13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강렬한 안무를 선보인다.

전시는 10월 12일까지며, 입장료는 일반 3000원. 문의 1577-7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