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LTV·DTI 일괄 상향, 가계부채 문제없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오는 8월부터 일괄 상향 조정된다. 2금융권까지 가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소비자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낮기 때문에 투기수요를 부추겨 가계대출을 크게 증가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LTV·DTI 비율을 조정키로 함에 따라 즉시 후속조치에 들어가 8월부터는 변경된 비율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LTV·DTI 규제는 업권별 감독규정과 행정지도로 시행해 왔다"며 "우선 행정지도를 통해 8월부터는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번 LTV·DTI 완화로 인해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등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LTV·DTI 규제가 집값 상승기에 대출억제 효과는 확실하지만 집값 안정기에 대출 증가 효과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또 주택금융실태조사시 불만족요인으로 대출금액 한도를 꼽는 응답은 2.2%에 불과하다. 향후 집값에 대한 부정적 전망 때문에 집을 사지 않는 것이지 대출이 부족해서 집을 사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LTV·DTI 완화가 투기수요를 부추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전세 세입자가 주택을 구입하거나, 2금융권의 대출을 은행권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있겠지만 전체 가계부채 총량에선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은 오히려 LTV·DTI 완화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고 가계부채의 질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권의 LTV 비율이 70%로 일괄 상향조정됨에 따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을 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도권 6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우 은행권의 LTV는 50%이지만 상호금융권에선 최대 75%까지 인정돼 왔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2금융권에서 은행·보험으로 대출을 갈아타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두 권역간 대출금리 차이만큼 소비자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또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이 가계소득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성과를 낸다면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위는 올 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가계부채 관리를 절대적 규모(총량) 관리에서 '소득대비 부채비율' 관리로 전환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최근 급증해 온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5월말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377조5000억원으로 2008년말에 비해 51% 증가한데 비해 2금융권 대출은 126조9000억원으로 62% 늘어났다. 특히 상호금융권의 LTV 70% 이상 주택담보대출은 21조3000억원에 이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권별, 지역별 LTV·DTI 차등 폐지로 인해 2금융권 대출이 감소하면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LTV 비율이 일률적으로 70%로 정해지면서 은행과 보험은 규제가 완화됐지만 최대 85%까지 가능했던 상호금융 입장에선 규제가 강화된 셈이다.

금융당국은 다만 이번 조치는 시행일 이후 신규로 취급되는 대출에만 적용되고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시에는 당초 대출한도를 인정토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