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메리츠자산운용의 환골탈태

오랜기간 수익률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던 메리츠자산운용이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존 리 대표(사진)가 취임한 지 9개월이 지난 지금 메리츠자산운용의 수익률은 자산운용사 가운데 3위로 올라섰다.

1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메리츠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연초 이후 11.08%로 48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세번째로 높았다. 1위와 2위는 각각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15.28%)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13.81%)이 차지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해 -3.67%의 수익률로 47위, 2012년에는 0.58%의 수익률로 44위를 차지할 만큼 수익률이 부진했다. 하지만 리 대표가 취임과 동시에 체질 바꾸기에 나서면서 수익률이 개선됐고 투자자들의 자금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대표펀드인 메리츠코리아 1[주식]종류A의 수익률은 올들어 11.1%를 나타내고 있다. 이 펀드로는 올들어 802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지난해 300억원대에 불과했던 설정액이 1168억원으로 늘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이같은 변신은 리 대표의 파격적인 경영 행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리 대표는 지난해 말 '꼴찌 자산운용사'의 대표로 오면서 '그룹에서 경영에 간섭하지 말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룹 회의에 나가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회사도 서울 여의도에서 북촌 한옥마을로 옮기고 본부장, 팀장 등의 직책을 없애 직원들이 리 대표와 직접 의사소통하도록 했다. 그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펀드를 운용할 때 그룹으로부터 독립성과 자율성,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리 대표의 장기 투자철학도 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다. 리 대표가 스커더인베스트먼트에서 운용했던 '더 코리아 펀드'의 회전율은 10% 수준에 불과했고 15년 동안 단 한 번도 팔지 않은 주식이 있었을 정도로 장기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기로 유명했다. '더 코리아 펀드'는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세계 최초의 뮤추얼펀드로 리 대표가 1991년부터 2005년까지 운용하면서 펀드 규모가 1억5000만달러에서 15억달러까지 10배 성장했다. 현재 메리츠코리아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권오진 펀드매니저도 스커더인베스트먼트에서 리 대표와 21년동안 함께 일하면서 장기투자 철학을 지켜왔다.


리 대표는 PB센터 등 판매사와 투자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장기투자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그의 투자철학에 의심을 표했던 판매사와 투자자들도 최근에는 리 대표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와 고맙다고 인사를 건넨다는 후문이다. 리 대표는 최근 코리아 펀드의 성과와 관련해 "수익률이 좋은 것은 다행이지만 펀드 투자를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100미터 앞서가는 건 의미가 없다"며 "오랜기간 투자하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달에는 기존의 메리츠행복설계연금펀드의 이름을 메리츠코리아연금펀드로 바꾸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연금펀드도 권 매니저가 운용하면서 메리츠코리아 펀드와 포트폴리오를 동일하게 가져가고 있다. 리 대표는 "저금리 시대에 노후를 준비하는데 있어 우량한 주식에 장기간 투자하는 것 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며 "원금보장을 위해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게 오히려 가장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