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채워 구타, 귀 깨물고…' 육군 내 가혹행위 대거 적발

지난 12일 '윤일병 사건' 등이 발생한 28사단 사고부대에서 장병들이 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육군 부대에서 선임병들의 엽기적인 가혹행위와 성추행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육군은 20일 최근 각 부대에서 적발된 구타 및 가혹행위 사례들을 설명하며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사건·사고를 최단기간 내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육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각 군부대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와 성추행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경기도 포천의 모 부대에서는 한 상병이 후임 2명을 대검으로 쿡쿡 찌르고 파리를 잡아 입에 넣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근무요령을 숙지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강원도 화천의 한 부대에서도 모 상병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후임 4명을 대검으로 찌르는 등 수차례 폭행하는 행위가 발생했다. 또 폐품반납 예정인 부식용 냉장고에 들어갔다가 나오도록하는 엽기적인 행위도 강요했다. 이 상병은 현재 조사를 받는 중이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부대에서는 중사가 병사들에게 수갑을 채워 구타하고 안전벨트로 목을 조르는 일도 발생했다. 이같은 가혹행위와 욕설을 했다는 신고가 국방헬프콜 사이버상담 코너에 접수돼 조사 중이다.


학군단에서도 가혹행위를 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교관 2명이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실시된 하계입영훈련 중에 학군후보생 30여명을 대상으로 상체를 발로 차거나 팬티차림으로 포복과 머리박기를 시켰다는 내용이다.

성추행 사례도 잇따랐다.

강원도 양양 소재 모 부대에서는 한 일병이 지난 7월 23일부터 8월 12일까지 약 3주 간에 걸쳐 후임병의 성기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

강원도 화천의 한 부대에서는 일병 등 3명이 4월 9일부터 5월 26일 사이 후임 일병 7명을 상대로 30여 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후임병들의 볼에 키스하고 귀를 깨물고 목덜미를 핥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천의 또다른 부대에서도 병사에 폭행과 성추행을 일삼은 중사가 적발됐다. 이 중사는 심지어 지난달 대대전술훈련 중 중대장이 험한 길로 이동하도록 통제한 것에 불만을 품어 중대장을 향해 공포탄 5발을 발사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또 강원도 인제의 모 부대에서는 상사가 6월 26일부터 8월 6일 사이 행정병 5명의 성기를 만지거나 손으로 툭툭 치는 등 추행한 사실이 적발돼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부대 2곳에서는 지난 4월부터 이달 초까지 병장과 상병이 후임 6명의 엉덩이를 만지고 껴안는 등의 추행을 했다. 또 임무수행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원도 춘천 모 부대에서는 한 병장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후임 5명에게 행동이 느리다며 수십 차례 폭행했다. 또 유성펜으로 허벅지에 성기 그림을 그리는 등 추행을 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육군은 "최근 부대 정밀 점검과 설문조사, 면담을 통해 가혹행위와 성추행 혐의가 접수돼 이를 조사하고 있다"며 "피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병영 내에서 구타, 가혹행위, 성추행 등의 행위가 다수 발견된 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참모총장 특별지시로 이를 근절토록 하는 장병교육을 할 것"이라며 "병영부조리를 뿌리 뽑기 위한 감찰·헌병 활동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