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갈라선 세월호 유가족…'진상규명'은 한 목소리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25일 오후 인천시청 기자실에서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의 재합의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을 주축으로 하는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 여야 원내대표가 재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안을 여전히 반대하는 가운데 25일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측이 재합의안 수용 입장을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측은 가족대책위 측과 '진상규명'이라는 목표는 같다고 강조하면서도 방법론에 대한 입장 차를 분명히 했다.


◇"현실적으로 타협해야" vs "수사권·기소권 없으면 무의미"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회'는 25일 오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인 유가족은 여야가 재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안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한성식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 부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어느 사건보다도 철저히 밝혀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세월호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는 입장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그는 "진상규명을 위해 여야 재합의를 수용한다는 입장이지 (재합의한) 법안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거나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다만 수사권과 기소권은 사실상 무리라고 생각하고 여야 재합의안으로도 진상 규명을 밝힐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현실적인 절충안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한 부위원장은 "304명 희생자 유가족을100% 만족시키는 법안은 없을 것"이라며 "8월을 넘어 정기국회까지 가게 되면 특별법이 아예 제정되지 않을 수 있다. 대한민국 경찰도 수사권은 없다. 안타깝지만 지금 증거자료라도 있을 때 빨리 위원회 조직해 진상 파악하고 책임자 처벌되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가족대책위원회 측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다. 가족대책위는 20일 총회에서 투표를 진행한 후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한 원안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이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 경기도미술관에서 세월호 유가족총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대책위는 여야 합의 특별법 거부 결정을 내렸다. /사진=뉴스1

◇'진상규명' 한 목소리…방법론 입장 차 뚜렷

이 같이 입장이 갈린 것은 양측이 총회를 따로 열었기 때문이다.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측은 가족대책위와 별도로 21일 총회를 열어 수용 입장을 도출했다. 일반인 희생자 43명의 가족 중 재중동포 등을 제외하고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24명 희생자 가족 중 21명 가족이 참여한 투표 결과 17명 가족이 여야 재합의안 수용에 찬성했다.

단원고와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양측은 사건 초반부터 여러 입장 차로 인해 인천과 안산에 대책위를 별도로 운영해 왔다.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은 재합의안 수용 입장을 가족대책위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진상규명'을 향한 염원은 같은 만큼 이 같은 입장 차가 유가족 갈등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세부적인 방법론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부정하지 않아 진통을 예상케 했다.

한성식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 부위원장은 "가족대책위 측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끝까지 끌 생각인지 물어보고 싶다"며 "이러다 아예 유야무야되는 걸 원치 않는다면 여야간 합의를 어느 정도 수긍하며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온 국민이 공감하고 슬픔을 나눠줬는데 민생 경제 어려움을 방치하는 등 발목을 잡게 할 순 없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나. 저희도 국민들도 슬픔에서 어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의 슬픔이 정치도구화되는 데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이에 25일 가족대책위 관계자는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측의 입장을 알고 있다. 우리도 길게 지체될수록 불리할 거란 위기의식이 없지 않다"면서도 "중요한 건 철저한 진상규명, 아이들이 죽은 이유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가족들 뜻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것인데 현 재합의안으로는 힘들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얼마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속 싸우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 단원고 학생 유가족은 "솔직히 일반인 유가족 측에 서운한 마음이다. 사실 자식 먼저 보낸 부모 마음과 같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 재합의안으로는 제대로 비리를 밝혀낼 수 없는데 수용하란 건 대충 보상만 받고 눈감아주라는 것과 같다. 120일 동안 비리가 다 파헤쳐질 수도 없고 책임자 처벌도 불가능하다. 국정조사 90일 동안 밝혀진 게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애초에 쉽게 응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게 아니다. 5년, 10년이 걸리더라도 부모의 책임감을 갖고 진상 규명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