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아웃제가 뭐길래" 추석 대목에도 얼어붙은 영업 최전선

최근 추석 대목에도 A제약사 영업본부 직원들은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 의사들을 거의 만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명절이 다가오면 의사들을 만나 간단한 선물을 주는 것이 관례였지만 올 들어 회사에서 이 같은 명절 선물조차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른바 투아웃제에 걸리면 매출이 큰 폭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제약사 직원이 의사에게 2회 이상 리베이트를 주다가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목록에서 삭제하는 '투아웃제'가 시행되며 제약사 영업활동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단일 의약품으로 수 백 억원의 매출을 올리더라도 단 두 번만 리베이트를 주다가 적발되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기 때문이다. 2010년 처음 도입된 리베이트 쌍벌제(준 사람과 받은 사람을 동시에 처벌하는 제도)보다 투아웃제가 더 강력한 규제라는 목소리다. 이 때문에 투아웃제에 걸리지 않으려고 주요 제약사들은 영업 마케팅을 이전보다 한결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

◇ 손발 묶인 영업…실적하락 직격탄 =의약품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매출상위 10개 제약사들의 원외 처방조제약(약국에서 판매된 전문의약품) 매출은 1680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1784억원)보다 6.1% 감소했다. 매출 상위 10개 제약사는 유한양행과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이다. 올 들어 원외 처방조제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달 감소하는 추세지만, 지난 7월에는 하락폭이 유독 컸다.

해당제약사= 동아에스티, 녹십자,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JW중외제약, 제일약품, 종근당, LG생명과학, 일동제약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부터 투아웃제 시행으로 제약사들의 영업활동이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며 "반면 대형제약사보다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펴는 중소 제약사들의 점유율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7월 전체 제약사의 원외 처방조제약 매출은 지난해 7월보다 1.6% 감소해 상위 10대제약사들의 하락폭보다 낮았다.


제약사별로는 대웅제약 (112,400원 ▲1,900 +1.72%)과 동아에스티 (66,100원 ▼2,900 -4.20%)의 지난 7월 원외 처방조제약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녹십자 (111,500원 ▲400 +0.36%)(-9.8%)와 한미약품 (309,500원 ▼500 -0.16%)(-7.1%) 등도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정보라 동부증권 연구원은 "투아웃제 시행 이후 이들 제약사들의 원외 처방조제약 매출은 하반기 내내 하락세가 뚜렷할 것"이라고 밝혔다.

◇ "CP부서에 물어보면 99% 안된데요"=주요 제약사들은 투아웃제에 걸리지 않으려고 '공정거래자율준수 프로그램(CP·Compliance Program)'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대형 제약사 대부분은 CP 전담부서를 신설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투아웃제에 걸리지 않도록 내부 감사를 더욱 엄격하게 하겠다는 의지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마케팅이 적절한지 CP부서에 문의하면 투아웃제 때문에 마케팅을 허용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며 "의사들을 자주 만나야 영업이 잘 되지만 투아웃제에 걸리지 않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의사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