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농협·우체국·새마을금고에서 최다 발급 "요주의"

탈세나 금융사기 등을 위해 제3자 명의를 도용하거나 계좌를 가로채는 '대포통장'이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피해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올해 상반기 금융회사별 대포통장 발급현황 자료를 받아 2일 공개한 결과 금융사 대포통장 발급건수가 1만1082건, 이로 인한 누적 피해액은 3921억원에 달했다.



대포통장 발급은 2012년 2만16건, 지난해 2만1464건, 올해 상반기 1만1000건을 돌파하는 등 해마다 늘었다. 그 규모도 2012년 1165억원, 지난해 1382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872억원으로 집계됐다. 8157건이 발급돼 482억원 피해를 낸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도 올해 상반기 대포통장 규모가 더 크다.

피해자의 신고나 금융회사의 지급정지에 따라 환급받은 금액은 595억원에 그쳤다. 피해액 대비 환급비율이 15.2%다. 대포통장으로 인한 실제 금전적 피해는 3326억원(84.8%)에 달한다.

금융사별로 농협의 각 지역조합을 망라한 농협중앙회, NH농협은행 등 농협계열이 대포통장 발급건수 합계 44.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농협중앙회(단위조합)가 3408건(30.75%), 우정사업본부가 2403건(21.68%), 농협은행 1554건(14.02%) 순이다. 새마을금고 1115건(10.06%), 일반 증권사 623건(5.62%)이 뒤를 이었다.

2014년 1~6월 금융사별 대포통장 발급 상위 10곳/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금융감독원

발급규모도 농협중앙회가 259억6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정사업본부가 181억 52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농협은행 119억3900만원, 새마을금고 78억7000만원, 증권사64억500만원 순이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은 대포통장의 최대 발급처란 불명예를 얻었다. 김기준 의원은 "전국 각 지역에 소재해 접근성이 좋고 내부통제가 취약한 일부 점포, 농·어촌 지역 소재 단위조합 등이 주된 대포통장 개설경로로 활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포통장이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데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며 "단속이 소홀한 금융회사로 대포통장 발급이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감독 사각지대를 없애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금융사 자체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