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여전히 '안갯속'…한발 늦은 日에 추월당해

창업·벤처기업의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 법제화가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중인 가운데 벤처업계는 투자금의 환매제한 등 '독소조항'을 제거한 개선안 마련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3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크라우드펀딩 법안에 대한 개선안 마련에 부정적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 법안은 신동우 의원(새누리당, 서울 강동구갑)이 발의한 내용을 토대로 한다. 한 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을 500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1년간 투자금을 찾을 수 없도록 환매제한을 둔 게 법안의 골자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동일 기업에 대한 투자금액 한도의 구체적 기준을 시행령을 통해 200만원으로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하지만 시행령에 한도 금액을 법과 동일하게 500만원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한 벤처업계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매제한 규정을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이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에 대해 등록제를 적용해 일부 국가의 인가제보다 진입장벽을 낮췄다"며 "이를 고려하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는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투자금을 단기에 뺄 수 없도록 환매제한 조치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도 크라우드펀딩 투자금에 대해선 1년간 환매제한을 두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환매제한이 걸린 크라우드펀딩 법안이 시행되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벤처업계의 주장이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자금을 인터넷이나 중개자를 통해 모으는 크라우드펀딩은 기존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운 벤처기업이나 창업초기 기업의 새로운 자금줄로 떠오르고 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미국이 가장 먼저 크라우드펀딩 법제화를 하면서 환매제한 조치를 뒀으나 그 이후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해 법제화 과정에서 환매제한 조항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엔젤투자자들로 구성된 크라우드펀딩을 활성화하는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든 위험 요인을 사전에 걸러내려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규제를 최소화하되 사후 감독을 통해 불법 사항들이 적발되면 강력하게 처벌하는 사후징벌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법제화가 논란 속에 제자리에 맴돌고 있는 사이 우리보다 뒤늦게 추진했던 일본은 지난 5월 법 제정을 마쳤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벤처산업은 제도나 시장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했지만 벤처붐이 꺼진 후 규제 강화로 전환되면서 벤처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벤처시장인 크라우드펀딩마저 논란만 가열된 사이 보수적인 일본에게 추월당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전세계 크라우드 펀딩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51억달러 규모다. 최근 4년 동안 10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