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나뉜 반올림, "활동가 의견만 있었다" vs "삼성 책임"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삼성-반올림 7차협상이 3일 오후2시 서울 건설회관에서 열렸다. 협상에 앞서 교섭단에서 이탈한 피해자가족(왼쪽)과 반올림 교섭단(오른쪽)이 순차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장시복 기자

"그동안 활동가들의 의견만 있었다."(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6명)

"8월안에 우선 보상하겠다고 교섭단에 얘기한 삼성 책임이 크다"(반올림)

삼성전자와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의 협상이 새 국면을 맞았다. 반올림 교섭단 측 피해자와 가족 총 8명 가운데 6명이 별도협상을 하겠다고 이탈하면서다.

6명은 별도의 대책위원회를 꾸려 독자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1대1 협상 관계에서 다자간 협상 구도로 방정식이 더 복잡해졌다. 자칫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3일 오후2시 삼성-반올림의 7차 협상 시작 전 피해자 및 가족 6명과 반올림은 시간차를 두고 서울 건설회관에서 각각 별도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불과 지난 6차 협상 때까지만 해도 1년 반 동안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그들이었다.

먼저 피해자 가족 6명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 명의로 성명서를 냈다. 대책위는 "그동안 우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활동가들의 의견만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늘 교섭은 우리가 주체이므로 반올림이 교섭을 하면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교섭 과정에서 반올림과의 협력 여부를 조율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겼다. 대책위는 "보상만 받고 끝내자는 게 아니라 정체된 교섭에 진전을 가져오기 위한 것으로 의견은 다르지만 나아가는 방향은 같다"며 "반올림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대책위가 협상장에 들어가자 뒤이어 반올림 측 관계자들이 나타났다. 반올림은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와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한혜경씨 어머니 김시녀씨 등 남은 피해자 가족 2명을 중심으로 교섭단을 재편할 계획이다.

반올림은 대책위를 자극하지 않는 대신 삼성으로 활시위를 돌렸다. 반올림 측은 "교섭단을 재편하게 됐는데 이는 삼성의 책임이 크다"며 "8월 안에 우선 보상하겠다고 교섭단에 얘기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이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에 성실히 임해야한다"며 "우리는 지금처럼 성실히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의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자 "협상 뒤에 말하겠다"고 함구했다.

삼성 측도 난감하고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삼성 측 협상 대표인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협상에 앞서 "사안이 복잡해진 부분이 있지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면 한다"며 "협상장에서 자세한 입장을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