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부지 '10조 대박'에 지방 이전한 中企 공공기관 '한숨'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올해 말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을 앞둔 한국전력의 본사 부지 매각이 '10조원 대박'을 터뜨리면서 이미 대구와 진주로 각각 본사 이전을 마치고도 서울사옥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이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두 기관은 사옥 매각이 늦어지면서 신사옥 건설비 회수도 지연돼 공공기관 경영정상화에도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어서다.

21일 중소기업계 등에 따르면 산단공은 서울 구로구의 키콕스벤처센터 매각이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이 건물의 산단공 직원들은 지난 1월 대구 혁신도시 신사옥으로 이전을 마쳤지만 숭실대 산학협력단, 기업주치의협력재단, 산업클러스트학회 등 벤처지원 기관들이 다수 입주한 까닭이다.

입주기관들은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60~70% 수준으로 적용받아온 까닭에 사옥을 매각할 경우 임대료 상승이 불가피하다보니 중소기업 지원 기능의 일환으로 매각을 미루고 있는 것. 입주기관들이 사옥 매각을 반대하면서 산단공은 아직 매각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산단공은 600억원 규모의 자체예산으로 대구 혁신도시 신청사를 건설했고 서울 사옥을 매각해 신청사 건설비를 회수해야 한다. 서울 사옥 매각이 지연될수록 신청사 건설비 환입은 늦어지는 셈이다.

산단공 관계자는 "건물 전체의 50% 이상을 벤처지원 기관들이 사용하고 있다"며 "입주 기관들은 사옥이 민간 기업에 팔리면 임대료 상승을 우려해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진공 상황도 비슷하다. 중진공은 지난달 진주 혁신도시 신청사로 이전했다. 현행법상 서울 여의도 사옥의 매각 시한이 1년여 남아 있지만 여러 차례 유찰을 거듭하면서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진공 여의도 사옥은 주변에 국제금융센터(IFC)와 한국거래소, 증권사 본사들이 밀집한 알짜부지로 평가 받는다. 감정가는 640억원 규모다. 하지만 올 2분기 여의도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20.9%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점이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제 중진공 사옥은 지난해 두 차례 공개매각 유찰 이후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해 매각을 재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중진공은 신청사 건설비(435억원)를 국고에서 지원 받았기 때문에 사옥 매각금은 국고로 귀속될 예정이다. 결국 중진공은 현재 서울 사옥을 민간 부동산 관리업체에 위탁 운영을 맡기고 분할 매각이나 임대를 검토하고 있다. 중진공 관계자는 "현재로선 서울 사옥의 빈 층을 부분 임대나 분할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