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흉상..'반도체 천재' 강대원 박사는 누구?

세계적인 반도체 공학자인 故 강대원 박사.

내달 24일 서울대 캠퍼스 내 반도체연구소에 흉상이 세워지는 고 강대원 박사의 일생과 업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반도체 공학자에 대한 경의와 함께, 그동안 국내에서 그의 업적을 제대로 기리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대원 박사는 누구= 강 박사는 1931년 5월4일 생으로 지금까지 생존했다면 올해 만 83세다. 보성고 교장과 부산사범대 학장을 지낸 고 강정용 선생이 부친이다.


한국전쟁 중 해병대 통역장교로 복무했던 강 박사는 경기중학교(고등학교 포함)를 월반한데 이어 서울대 물리학과도 조기 졸업할 정도로 학업에 뛰어났다. 미국으로 건너간 지 1년 만인 1956년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에서 이학석사(M.Sc) 학위를 받았고, 3년 만인 1959년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지 4년 만이다.

같은 해 당시 세계 최고 연구소인 벨연구소(벨랩)에 입사했고 1988년 은퇴할 때까지 30년 동안 반도체 기초 연구에 매달렸다. 이후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대해 장기적인 기초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NEC연구소의 창립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1992년 5월13일 학술대회를 마치고 뉴저지로 돌아오던 길에 대동맥류 파열로 공항에서 쓰러져 수술하던 중 후유증으로 향년 6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영희 씨와 다섯 명의 자녀가 있다.


그는 미국에 거주했지만 한국 공학발전에도 기여했다. 한국물리학회 종신회원으로서 국내 학회지를 통해 벨연구소의 선진 기술을 소개했고, 한때 LG전자의 고문을 맡는 등 국내 전자산업 태동기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업적 남겼나= 강 박사는 D램과 낸드플래시 칩의 기초가 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발명했다. 그가 처음 개발에 성공한 '전계효과 금속산화물 반도체'(MOS-FET(모스펫): Metal Oxide Semiconductor-Field Effect Transistor)는 반도체 산업이 연 2000억~3000억 달러(약 200조~300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발전하는 토대가 됐다. 반도체가 '고집적화'돼 '대량 양산'될 수 있게 된 것도 사실 강 박사의 연구가 기초가 됐다.

실제로 1959년 최초의 집적회로(IC)를 만든 잭 킬비의 2000년 노벨상 수상 공적서에도 '강 박사의 모스펫 기술이 오늘날 반도체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기재됐다.

강 박사는 실리콘 기반의 모스펫 개발 외에도 낸드플래시의 플로팅 게이트(Floating Gate) 메모리 셀, EL(전계발광) 분야에서도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또, 그는 35개 이상의 책이나 논문의 저자 또는 공동저자로, 22개의 미국 특허를 보유했다.

이 공로로 강 박사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2009년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을 비롯해 비행기를 만든 라이트 형제, 노벨상을 만든 노벨 외에도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험 벨, 슈퍼 컴퓨터를 개발한 세이무어 크레이 등 세계적 인물들 나란히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이보다 앞서 생전에는 상대성 이론의 알버트 아인슈타인, 양자 우주론의 스티븐 호킹이 수상했던 프랭클린연구소의 스튜어트 발랜틴상을 1975년 받았고, 한국인 최초로 전미 전기전자통신기술인협회(IEEE)와 세계 최고 연구소인 벨랩의 펠로우(Fellow)를 지냈고 오하이오주립대의 탁월한 동문상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