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시행되면 저가요금제 이용자 더 손해라고?

"월 7만원 요금제를 사용하는 사람만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으면 그보다 낮은 요금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어떻게 됩니까. 이렇게 되면 단통법이 보조금 금지법이랑 뭐가 다릅니까?"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단말기유통법 관련 토론회에서 격양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본인을 한 시민이라고만 밝힌 그는 "최근 언론을 통해 이같은 기사를 봤다"며 "답답한 마음에 국회까지 찾았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1일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원래 기본 취지가 퇴색되는 등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은 최고 보조금인 35만원을 받으려면 월 7만원 이상의 요금제를 2년 동안 사용해야 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다. 이 때문에 오히려 단통법이 시행되면 소비자의 부담만 커진다며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단통법 폐지 움직임까지 나온다.

단통법의 주요 취지는 일부 극소수가 아닌 대다수의 이용자가 골고루 혜택을 받아 통신비 부담을 줄이자는 데 있다. 그 일환이 '요금제에 따른 부당한 차별 지원금 고시안'이다. 이동통신사들이 고가 요금제 뿐 아니라 저가 요금제에도 보조금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보통 이동통신사들은 저가 요금제 고객에게는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또는 보조금을 주는 대신 3개월 등 일정 기간 동안 고가 요금제 사용을 강요한다.

단통법 고시안에는 월 7만원 요금제(약정할인 적용 기준)이하부터는 무조건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저가 요금제 사용 고객들에게도 일정 부분 보조금을 주기 위해서다. 가령 월 7만원 요금제에 보조금 35만원을 줬다면 월 5만원, 3만원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들도 그에 비례해 보조금이 지원된다. 종전처럼 보조금을 받기 위해 3개월 이상 고가 요금제를 사용할 필요도 없어진다.


또 단통법이 시행되면 휴대폰 단말 구입 시 받는 보조금 대신 그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요금제에 따른 기여도 측면 등을 고려해 보조금을 측정할 수밖에 없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만약 월 2만원 요금제 고객에게 보조금 35만원을 지원하면 기존 단말 이용자에게도 2년 동안 월 약 1만5000원을 할인해줘야 한다"며 "이통사들은 월 5000원의 통신비만 받는 것으로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단통법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단통법은 보조금 지원 정책에 따라 통신사와 단말을 교체하는 소위 '철새족'이 아니라 '말 없는 절대 다수'에게 혜택을 주자는 취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보조금'과 '보조금 상한' 이슈에만 초점이 맞춰져 단통법 무용론, 폐지론이 다시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으로 정부에 대한 책임론도 있다. 시행 일주여일을 앞두고도 부처 간의 이견 등으로 규제개혁위원회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정책 홍보 등도 턱없이 부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희정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사무총장은 "영업점을 방문하면 직원들이 단통법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아예 잘못 알고 있다"며 "직원 뿐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라도 홍보 책자가 필요한데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