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조홍근의 내 몸 건강 설명서] 에너지 음료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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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외국에서는 ‘에너지 음료’가 상당히 많이 소비됩니다. 기존 다른 음료들을 제치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에너지 음료는 여러 가지 공중보건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보건 당국이 경계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얼마전 WHO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에너지 음료의 잠재적 해악과 그 규제 방안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논문들을 리뷰하고 메타 분석해서 에너지 음료의 잠재적 해악을 소개하고 바람직한 규제와 정책을 제안한 것입니다.

‘에너지 음료’에 대한 확실한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비알콜성이며 카페인이 주성분이고 가끔 타우린, 비타민, 과라나(guarana) 등의 첨가물을 넣은 음료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에너지 음료 상표로 레드불(red bull)이 있습니다. 원래 에너지 음료는 1970년 일본에서 출현하여 1987년 유럽에 전파되었고 1997년부터 미국에 상륙하여 현재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1년 유럽식품안정청(EFSA)의 조사에 따르면 사춘기 연령층의 68%, 성인의 30%, 심지어 어린이의 18%가 에너지 음료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청소년들은 48%가 에너지 음료를 소비하는 반면 체코는 청소년의 82%가 에너지 음료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카페인의 과용과 관련된 위험

카페인의 과용은 다음과 같은 질병과 관련이 있습니다.

1. 급성 중독증상으로 빈맥 등의 심계항진, 혈압상승, 어지러움, 오심, 구토
2. 카페인이 인슐린 감수성을 떨어뜨림으로 인한 제2형 당뇨병의 발병
3. 임신 시의 과용으로 인한 유산, 사산, 저체중아 출산
4. 카페인으로 인한 자극에 대한 탐닉 → 알콜이나 담배 중독 또는 우울증 유발
5. 약물의존성 경향을 증가시켜 약물중독의 위험이 증가
6. 행동장애와 인지장애 유발 가능
7. 치아부식 등의 치과적 문제


에너지 음료를 술과 섞어 마실 때의 위험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카페인이 많이 들어간 에너지 음료를 술과 섞어 마시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영국에서 근무할 때 실험실 연구원들과 회식을 한 적이 있는데 젊은 친구들은 펍이나 바에 가서 보드카에 레드불 같은 에너지 음료를 칵테일해서 즐겼습니다.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술과 에너지 음료의 작용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에너지 음료와 술을 섞어 마시면 그냥 술만 마실 때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성적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나 반대로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할 위험도 높았고 다칠 확률도 높았다고 합니다.
호주의 한 연구에 의하면 두 음료를 섞어 마실 때 알콜 농도가 더 높게 나왔고 음주 운전이나 취중 폭행과 더 관련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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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음료를 섞어 마시면 더 위험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각성 작용이 있는 과량의 카페인과 사리분별을 어지럽히는 알콜을 같이 섭취하면 일단 정신은 멀쩡한 듯 느낍니다. 취할 때 나오는 증상도 나타나지 않아 본인은 자신이 취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행동 수행이나 인지 기능 저하는 취한 때와 동일합니다. 이런 현상을 ‘wide awake drunkenness’라고 합니다. 술만 마실 때는 몸이 힘들어 그만 마시고 귀가하거나, 술자리에서 졸거나 자는 바람에 더 이상을 마시지 않게 되지만 에너지 음료와 섞어 마시면 몸이 멀쩡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평소보다 음주량이 많아집니다. 결과적으로 섞어 마시면 훨씬 더 과음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카페인이 많이 함유된 에너지 음료와 술을 섞어 마시면 안 됩니다. 잘 취하지 않아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취한 상태인데도 더 술을 많이 마셔 몸을 상하게 만드는 독배입니다.
또한 에너지 음료를 과용하면 심계항진과 그에 따른 심장마비에 의한 돌연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07년 호주의 한 남성이 에너지 음료를 8캔 마시고 격렬한 운동을 하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습니다. 스웨덴의 보고에 따르면, 심장사와 심각한 증상이 에너지 음료의 소비와 관련 있다고 합니다. 그 외 여러 나라에서 보고된 사례에는 에너지 음료와 뇌경련, 심장마비 및 돌연사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에너지 음료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권합니다.

1. 한 번 마실 때 포함되는 카페인의 최고 안전용량을 정해야 한다.
2. 청소년에게는 팔지 못하게 해야 한다.
3. 카페인의 독성과 의존과 금단 증상에 대해 의료인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4. 에너지 음료를 마시면 스포츠 능력이 향상된다던가 하는 암시로 젊은 층을 파고드는 에너지 음료 회사의 마케팅을 규제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중고등학생들이 공부를 더 오래,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혹은 잠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에너지 음료를 다른 음료와 섞어서 마시는 것이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에너지 음료에 함유된 카페인은 커피나 차에 들어 있는 양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러니 에너지 음료나 커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커피의 카페인도 걱정이라면 차를 드세요. 그나마 차의 카페인은 커피와 달라 많이 나오지 않으므로 안심할 수 있습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차를 많이 드시라고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