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화장품이 만났다, "꿈의 42조원을 잡아라"

한국 패션업계가 일명 '입는 화장품'으로 불리는 코스메틱 섬유로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업계의 대표주자들이 일제히 화장품 산업과 섬유 산업의 대표 융합 사례인 '코스메틱 섬유'에 주목하고 있다. 코스메틱 섬유는 화장품 성분을 추가해 옷을 입었을 때 피부에 보습과 탄력은 물론 혈행 개선 같은 기능성까지 주는 꿈의 섬유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과 아름다움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높아지며 대표적인 '미래형 섬유'로 폭발적 수요가 기대된다.


제일모직과 블랙야크는 이미 코스메틱 섬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코오롱과 이랜드도 연구 개발팀을 따로 만들어 코스메틱 섬유 개발에 착수했다.

코스메틱 섬유는 특히 유럽 시장에서 성장세가 남다르다. 인터필리에르 코스메틱 심포지엄에 따르면 2007년 1억5000만유로(1600억원) 수준이던 유럽 코스메틱 섬유시장은 현재 5억 유로(약 6697억원)까지 불어났다. 2018년이면 22억 유로(약 3조원) 시장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코스메틱 섬유 수요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전 세계 코스메틱 섬유 시장 규모(현 30조원)가 2018년 42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수요가 급신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작 코스메틱 섬유 기술을 개발한 업체는 많지 않다. 프랑스 '라이테스'와 'AB7 인더스트리', 스페인 '누렐' 같은 기업이 코스메틱 섬유를 개발 중이지만 실제 제품화한 곳은 '라이테스' 정도를 꼽는다. 그나마 이 회사의 연 매출은 2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 패션업계가 코스메틱 섬유를 미래형 신성장 사업으로 보는 이유도 이처럼 미지의 땅이지만 전망은 밝기 때문이다.

한국니트산업연구원 산업지원팀 남선미 연구원은 "코스메틱 섬유가 적용된 유럽 제품들은 아직까지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며 "한국도 이미 유럽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어 한국이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면 이 기술을 세계에서 선도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패션업계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반영구적으로 입을 수 있는 코스메틱 섬유 개발이다.

피부 보습효과를 높이는 글리세린은 물론 셀룰라이트(수분·노폐물·지방이 신체 특정 부위에 뭉쳐 있는 상태)를 분해하는 카페인과 캡사이신 같은 화장품 성분을 캡슐 형태로 원단에 붙여 피부에 서서히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코스메틱 섬유 기술의 핵심이다. 이런 옷은 얼마나 오래 입을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유럽 제품은 한 달 정도 착용하면 코스메틱 효과가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올해 8월 자체 브랜드인 '에잇세컨즈' 통해 출시한 '원더스킨'은 50회 정도 세탁해도 코스메틱 효과가 지속돼 최소 두 달 이상은 간다"며 "이미 코스메틱 섬유 기술은 유럽 수준을 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은 연구개발팀을 중심으로 협력업체들과 함께 코스메틱 섬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원사 자체에 아예 화장품 성분을 입혀 반영구적으로 입을 수 있는 제품까지 개발 중이다.

블랙야크도 한국니트산업연구원과 함께 코스메틱 섬유 개발에 한창이다. 지난 6월 개발에 착수한 블랙야크는 내년 가을·겨울 시즌부터는 코스메틱 섬유가 적용된 아웃도어 의류와 내의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6개월 이상 입을 수 있는 코스메틱 섬유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패션업계가 코스메틱 섬유로 경쟁력 있는 패션제품을 만들 경우 글로벌 시장 진출은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 실제 이 소재는 K-패션이 유럽과 미국 등에 앞서는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제일모직(에잇세컨즈)과 블랙야크가 내년 이후를 각각 중국과 미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는 원년으로 잡은 것도 코스메틱 섬유 기술이 완성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진단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올해 8월 출시한 원더스킨은 현재 생산량 대비 75%가 판매되며 조만간 완판될 것으로 본다"며 "코스메틱 섬유를 도입한 기능성 제품들은 해외에서도 충분히 먹힐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