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단순 '북핵' 논의 넘어 '글로벌 동맹'으로 진화

한민구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펜타곤에서 한미안보협의회를 갖고 전시작전권 전환에 관한 문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방부 제공)

한국과 미국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는 기존에 '북한'이라는 의제에 매몰된 모습에서 벗어나 '글로벌 동맹'으로 진화하는 한미동맹의 변화된 위상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외교가에서는 한미동맹이 북한의 비핵화를 통한 동북아 평화유지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세계의 현안을 함께 논의하고 풀어나가는 관계로 진화됐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우선 과거 2년마다 열린 두 차례의 '2+2' 회의와는 논의의 주제와 질이 달랐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평가다.

2010년 7월29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1차 '2+2' 회의는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의 추가도발과 향후 해법이 중심이 됐다면 2012년 6월13일 워싱턴DC에서 열린 2차 회의는 그해 4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대응이 핵심 이슈였다.

따라서 한미간 '2+2'회의는 북한 핵, 장거리 미사일 등 위협적 도발에 관한 의제에 치우질 수 밖에 없었다.


이번 회의는 '북한'이 후순위로 밀렸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와 이슬람국가(IS) 대응 등의 국제사회 이슈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다시 말해 '북한'이라는 의제에 방점이 찍혀 있던 한미동맹의 의제가 국제사회의 평화, 안보, 보건위협 등의 폭넓은 주제로 확장됐다는 것이다.

물론 양국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반 조성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목소리도 냈다.

양국 장관들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신뢰할 수 있고 의미 있는 협상에 복귀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비핵화 없는 경제발전 추구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모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의 국제적 의무와 2005년 9·19 공동성명의 공약을 완전히 이행하지 않는 한 국제적 고립을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이 핵개발·경제발전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핵 포기 의지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고, 존 케리 국무부 장관 역시 "다른 어떤 것보다 비핵화가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양국은 한·일간의 과거사 갈등으로 인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우리 정부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과 함께 연장선상에서의 미·일 방위협력 지침 개정에 대한 '투명성'이 강조했고 미국도 우리 정부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