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위축에도 잘나가는 한국 방산업체..더 성장하려면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국제 방산전시회 'INDO DEFENCE 2014'에 참석한 인도네시아 공군 장교가 LIG넥스원 부스에 마련된 신궁 멀티런처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LIG넥스원

연평균 성장률 9.3%, 수출증가율 26.7%의 성장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이나 글로벌 트렌드에 올라탄 IT업계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방위산업계 이야기다.

산업연구원 추산 전세계 방산 생산규모는 500조원대, 국내 업계는 11조원 수준이다. 당장의 몸집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가파른 성장세다. 글로벌 방산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국내 업체들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이는 내수시장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수출하기 위해 전세계 방산시장을 노크하는 영업의 힘, 이에 앞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해낸 R&D(연구개발)의 땀 덕분이다. 방산 기술 확보와 수출 증대는 곧 국가 안보로 이어진다.

/자료=산업연구원

◇글로벌 방산시장 위축 속 국내업체 약진
미국 방산 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중국업체를 제외한 2013년 글로벌 상위 100위 업체들의 방산 부문 매출 규모를 3955억달러(약 440조1915억원)로 보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1.4% 줄어든 수치다. 2010년을 전후로 한 미국·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국방예산 감소 및 복지예산 증가 추세가 글로벌 방산시장 규모를 줄이고 있다.

글로벌 방산 1위 록히드마틴조차 전년 대비 9.8% 마이너스 성장을 한 가운데 국내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상위 100위 업체 중 한국항공우주 (52,800원 ▲300 +0.57%)산업(KAI)은 55위로 전년 대비 32단계 상승했다. 전체 순위 상승률 1위다.

방산부문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31.2% 증가한 13억6420만달러(약 1조5183억원)였다. LIG넥스원 역시 전년 대비 15단계 상승한 62위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6.9% 증가한 10억8740만달러(1조2102억원)다. 삼성테크윈 (235,000원 ▼6,000 -2.49%)은 방산부문 매출 9억4500만달러(1조517억원)로 70위에 올랐다.


국내 방산업체들의 성장은 국내 제조업 전반에 비춰 봐도 눈에 띈다.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2008년 7조6433억원이던 국내 방위산업 생산규모는 해마다 고속성장을 거듭해 2012년 10조8936억원 규모가 됐다. 연평균 9.3% 증가율이다.

이 시기 방산 수출증가율은 26.7%를 보였다. 같은 기간 제조업 전체 수출증가율은 7.9%였다. 고용인원 역시 2008~2012년 국내 제조업이 연평균 1.0% 증가한 반면 방산 분야는 5.7% 늘었다.

◇육해공 아우르는 토종 방산의 저력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INDO 디펜스 2014'는 국내 방산업체들의 무대였다. 한국은 37개 업체가 참여해 55개 참가국 중 최대 규모였다. 조코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대우조선해양 (32,500원 ▼100 -0.31%)과 KAI 등의 부스를 직접 찾아 인도네시아가 수입한 209급 잠수함과 KT-1, T-50 등 훈련기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마르스띠오 인도네시아 해군참모총장은 대우조선 측에 "잠수함 건조기술을 배울 수 있게 인도네시아 인력을 거제조선소에 보낸다"며 국내 기술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대우조선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209급 1,2호는 국내 업체가 최초로 수출한 잠수함이다. 이 자리에서 한화 (26,750원 ▼100 -0.37%)가 선보인 국내 최초 민간 자체기술로 개발한 차기 다련장 체계 '천무', LIG넥스원의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교전모의기기, 두산DST 차륜형 장갑차 등도 인도네시아 군 관계자와 현지 언론에게 주목 받았다.

활발한 영업활동의 배경에는 지속적 기술 축적이 있었다. 현대중공업 (129,000원 ▲1,700 +1.34%), 한진중공업 (3,145원 ▲85 +2.78%),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들은 글로벌 조선경기 불황 속에서도 끊임없는 방산 수주를 통해 내실을 다져왔다.

영국 해군은 2012년 최초의 군용선 해외 발주를 대우조선에 맡기고 지난 2일 왕위계승서열 8위 에드워드 왕자를 거제조선소에 보낸 바 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7월 '윤봉길함'까지 총 5척을 진수한 최신예 214급 잠수함은 초고장력 강판, 연료전지, 자동표적 추적시스템, 순항미사일 등을 탑재한 현대기술의 결정체다.

토종 방산의 원조 한진중공업은 1972년 최초의 국산 경비정 학생호 건조를 비롯해 고속정·초계함 등 각종 지원함을 건조해 왔다. 2007년 건조한 동양 최대 다목적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도 한진중공업 작품이다.

올해 해군에 인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상륙함 1호선 '천왕봉함'은 기존 상륙함과 달리 해안에 닿지 않고도 상륙용 주정(LCM)으로 인원과 장비를 이송할 수 있다.

KAI가 만든 최초의 국산 전투기 FA-50은 1만3000여개의 부품 중 8400여개의 부품을 국내 조달해 60%가 넘는 국산화율을 자랑한다. 전투기의 핵심인 엔진을 공급하는 업체는 삼성테크윈이다. 삼성테크윈은 엔진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 11일 세계 3대 엔진제조사 중 하나인 미국 P&W와 9억달러(약 1조원)의 엔진부품 공급계약을 맺었다.

◇방위산업계 "국산화로 국부유출 방지, 수출로 안보 강화"
방산업체들의 기술 축적은 곧 국가예산 절약이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8,020원 ▲50 +0.63%)와 S&T중공업 (16,950원 ▲490 +2.98%)이 국산화에 성공한 K-2 흑표전차의 파워팩이 대표적이다. 엔진과 변속기를 하나로 묶은 파워팩은 전차의 핵심 부품으로 그동안 생산된 K-2 전차에는 독일산 파워팩이 장착됐다. 이번 국산화 성공으로 2016년부터 생산되는 전차에 국산 파워팩이 들어간다.

방사청 관계자는 "파워팩 국산화를 통해 창출되는 경제효과에 대해 구체적 수치를 도출하지는 않았지만 단순 구입비 이외에도 상당한 규모의 창정비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며 "아울러 국내 생산을 통해 창출하는 고용 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수출 증대 역시 국가 안보에 직결된다고 입을 모은다. 국군에 납품한 장비의 유지보수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생산라인을 유지하는 게 필수적이기에 수출 물꼬를 터 생산량을 확보해야한다는 뜻이다.

삼성테크윈은 K-9 자주포의 터키 수출을 통해, KAI는 경공격기 FA-50의 필리핀·이라크·인도네시아 수출을 통해 국가방위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군수품의 경우 최고 성능이 최우선이지만 동시에 모든 비용이 국민 세금으로 소요되기에 기술확보 및 원가절감으로 국익 증진에 기여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며 "국내 방산업체들의 기술력 향상과 체질 강화는 비단 업체만의 이득이 아니라 국가 안보 전체를 튼튼히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