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분신' 압구정 아파트, 소속 경비원 전원 해고 통보

머니투데이

이슈팀 김사무엘 기자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으로 고용불안과 아파트 입주민들의 언어폭력 등에 시달리다 분신, 사망한 아파트 경비원 고 이만수 씨(53)의 운구 행렬이 들어오고 있다. / 사진=뉴스1

'경비원 분신' 사건이 있었던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 전원이 해고 예보 통보장를 받았다.

25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는 "신현대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 78명을 비롯한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 106명 전원이 지난 20일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해고 예고 통보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신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6일 회의를 거쳐 다음달 31일까지 계약이 돼 있던 현 용역업체와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업체를 교체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자회의를 통해 용역업체의 교체가 결정된 시기는 아파트 주민에게 모욕적인 대우를 당하고 지난달 7일 분신을 시도한 이 아파트 경비원 고(故) 이만수씨가 아직 사망하기 전 시점이다. 고 이만수씨는 분신 이후 한 달여만인 지난 7일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민주노총은 경비 용역업체의 교체 시도가 분신 사건 등으로 아파트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판단하고 있다.

김선기 서울일반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압구정 신현대아파트는 임금 여건 등 처우가 좋아 임금 등의 문제로 용역업체 교체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1983년 이 아파트가 생긴 이래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경비업체를 이 시점에서 교체한다는 것은 사실상 아파트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에 대한 보복성 해고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외협력국장은 "아파트 측의 대량 해고는 아파트 경비노조의 세력을 와해시키고 민주노총 등 외부세력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전했다. 2012년 만들어진 신현대아파트 경비원노동조합에는 현재 68명의 경비원들이 가입돼있다.

이에 대해 신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용역업체 교체 등에 관해 아직 확실히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임원회의와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거쳐 조만간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신현대아파트측의 부당한 대량 해고에 맞서 계속 투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1시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경비노동자 대량해고, 고용안정 대책 및 노동환경 개선 촉구에 관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