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경제…다양한 외화자산에 분산투자하자

양형민 책임연구원/사진제공=신한금융투자

지난 수억 년간 지구에서 수차례 대멸종이 있었다. 가혹한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종은 지구상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는 적응력 강한 다른 종이 이어받았다.

2억 5천만 년 전 고생대가 끝날 무렵에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멸종이 일어나 육상 종의 70%, 해양 종의 96%가 사라졌고 이후 공룡이 등장해 번성했다.


6500만 년 전에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공룡도 무대에서 퇴장했다. 혹독한 환경 변화에서 살아남은 포유류는 지상을 점령했고 현재 지구상에는 72억 명 이상의 인류가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100년 안에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수십억 인구가 사라질 수도 있고 수만 년 이내에 다시 빙하기가 찾아오거나 10만 년 이내에 초대형 화산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5000만 년 이내에 지구와 거대한 소행성이 충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나 보던 이런 재난은 한 개인이 고민하기에는 너무 먼 미래다.

범위를 좁혀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가까운 과거와 미래를 살펴보자. 수십 년 전부터 수십 년 후까지, 우리 삶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위험이 있었고, 앞으로도 겪게 될 것이다. 경제 부분만 본다면, 오일쇼크, IMF 구제 금융, 카드 사태, 2008년 금융 위기 등이 있었고 앞으로도 위기는 반복될 것이다. 이런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 투자자들은 보유 자산을 자국 통화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주요통화로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외화자산 투자를 꺼린다. 해외에 투자할 때도 대부분 환 헤지 상품을 고른다. 그러나 저성장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한 이상 국내 자산과 환 헤지 상품만으로는 부족하다. 보유 통화를 분산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구매력을 유지하고, 때로는 외환거래, 환율변동을 통해 추가이익을 얻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플라자 합의(1985년)와 역플라자 합의(1995년) 등을 거치며 자국 통화의 급격한 절상과 절하를 경험한 일본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 국가 간의 금리 차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자국 통화 보유만을 고집하지 않고, 경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다. 2014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펀드는 노무라도이체·고배당인프라관련주펀드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세계 각국의 인프라 관련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통화선택형(더블데커) 펀드로 미국 달러, 호주 달러, 브라질 헤알 등의 통화를 선택해 외환거래, 환율 변동으로 추가 수익(또는 손실)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현재 순자산만 1조 6085억엔(2014년12월15일 기준), 우리 돈으로 약 15조 원에 달하는 대형 펀드다.

펀드 내에서는 엔/달러 환율 변동에 노출되는 미국 달러 코스의 순자산이 1조 3806억엔(전체 펀드 순자산의 85.8%)으로 가장 인기 있다. 아베노믹스 이후 엔화 약세가 이어지자 환 헤지 없이 달러 자산에 투자하여 추가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어난 탓이다.

항상 좋은 날이 이어지면 좋겠지만 힘든 시기는 되풀이해서 찾아온다. 가혹한 환경에 적응한 생물 종만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듯, 예측 불가능한 경제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가진 투자자만이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외화 자산에 분산투자한 포트폴리오로 어려운 환경도 이겨낼 수 있는 투자 체력을 다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