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정비 은행들 "을미년, 공격 앞으로"···금융당국은 감독 강화

새롭게 전열을 정비한 은행권이 내년도 영업에 진검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은행권은 회사별로 아직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영업통들을 전진배치하는 등 내년 영업력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자칫 과당경쟁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며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로운 수장을 맞은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은 빠르게 조직을 정비하고 내년 영업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겸 국민은행장은 취임 후 '리딩뱅크 회복'을 목표로 제시하고 "모든 제도와 프로세스를 영업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은행은 연말 조직개편 과정에서 영업 전반을 지원·총괄하는 컨트롤타워 부서를 신설할 전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영업 현장에서 지원 요청이 와도 본부에서는 담당이 애매해 혼선이 발생하곤 한다"며 "이를 전담할 '원스톱' 지원 부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 문제로 지연돼 온 인사와 조직개편을 이르면 다음주 후반쯤 단행할 예정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내정자도 내년 영업 강화를 예고한 바 있다. 그는 민영화 완수를 위한 기업가치 제고의 방편으로 "자산을 한 해 15조원씩 늘려 3년 안에 300조원을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근 수년간 순이익 1조 클럽에 실패했지만 임기 2년 동안 순이익을 1조5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지난 16일 부행장 인사를 단행한 농협은행 역시 '영업통'들을 일선에 배치했다. 새로 선임된 5명의 부행장 중 윤동기(전 농협은행 충남영업본부장), 박석모(전 농협은행 경남영업본부장) 부행장은 실적평가 1, 2위에 오른 인물들이다. 조재록(전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도 지역본부장 출신이다.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은 "농협금융 출범 4년차를 맞이해 외형에 맞는 수익력 제고가 당면과제"라며 "성과주의 문화 확산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사무소장과 직원 인사에도 현장, 업적 중심의 인사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합병을 추진 중인 하나·외환은행, 리딩뱅크를 수성해야 하는 신한은행도 내년을 중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누가 먼저 치고 나가느냐가 문제일 뿐 은행장이 바뀐 은행들이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을 둘러싼 각종 경쟁환경 변화도 주목할 변수다. 금융위원회가 내년도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풀겠다는 방침을 천명, 송금 및 결제 시장을 중심으로 기존 금융권간 경쟁에 새로운 시장참여자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 복합금융 점포 본격화, 계좌이동제(2016년 하반기 시행) 등도 은행권의 경쟁을 격화시킬 요인들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의 이같은 움직임에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자칫 과당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이 수익성 지표가 아니라 자산 증가를 목표로 내놓고 있다"며 "금리나 수수료 경쟁으로 흐를 수 있어 감독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민영화를 위한 자산 확대, KB금융은 리딩뱅크 회복, 하나·외환은행은 통합 원년, 신한은행은 리딩뱅크 수성 등 각 은행들이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공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며 "하지만 시장 상황은 리스크 확대에 대비해 성장 목표를 낮춰 잡아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