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3분기 돈 더 썼지만..기업은 매출부진에 자금부족↑

가계가 전분기보다 쌓아둔 돈을 줄였다. 세월호 사고 여파가 한창이던 2분기에 비해 소비가 회복되고 집을 사는데 돈을 쓴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기업은 매출부진으로 자금 부족액이 늘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3/4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3분기 비금융법인기업(민간기업과 공기업, 이하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는 11조9000억원으로 2분기 7조1000억원보다 확대된 동시에 지난해 3분기 15조1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한국은행 측은 "매출부진에 추석 상여금 지급 등 계절적 요인이 더해지며 자금 부족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이 줄었지만 금융기관에 예치한 돈이 더 크게 줄면서 자금 부족 규모가 커졌다.

3분기 영세 자영업자를 포함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이하 가계)의 자금잉여 규모는 19조4000억원으로 2분기 29조6000원보다 줄었다. 한은은 민간소비지출이 늘어나고 주택구입으로 돈을 풀며 가계의 자금잉여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2분기 0.3% 줄었던 민간소비는 3분기엔 1% 늘어나며 플러스 전환했다.

자금잉여는 운용액과 조달액의 차이로 계산되는데, 가계가 예금기관에 예금 등으로 쌓아두거나 보험에 넣은 운용액은 전분기 대비 줄고 은행 등에서 빌린 돈은 전분기보다 늘어나면서 잉여액이 감소했다.


지난분기 가계의 자금운용 규모는 43조원으로 전분기 46조9000억원보다 3조9000억원 줄었다. 운용자금 중 19조원은 금융기관 예금이었고 보험이나 연금으로 운용한 자금은 1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 부문이 조달한 돈은 23조6000억원으로 2분기보다 17조3000억원보다 더 늘었다. 은행 대출 등 금융기관 차입액이 22조1000억원으로 1분기 3조3000억원, 2분기 15조5000억원 대비 급증했다.

특히 예금취급기관에서 가계가 장기(1년 이상)로 빌린 돈이 19조5000억원으로 전분기(11조7000억원) 보다 크게 늘었다.

이밖에 일반정부는 3분기 재산세 징수 등으로 세입이 늘며 자금부족(-7조3000억원)에서 자금잉여(14조3000억원)로 전환했다. 국채 순상환 전환으로 자금조달 규모가 전분기보다 17조9000억원 줄어든 4000억원을 기록했다. 자금운용규모는 전분기보다 3조7000억원 늘어난 1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외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액이 줄며 자금부족규모가 24조6000억원으로 전분기(27억1000억원)보다 감소했다. 기타대외채무, 직접투자 감소로 국외 자금조달(우리나라의 대외자산 증가) 규모가 전분기보다 18조2000억원 줄어든 2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또 기타금융자산이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자금운용(우리나라의 대외부채 증가) 규모가 1조7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5조8000억원 감소했다.

이 같은 자금 활동이 발생하면서 9월말 총 금융자산은 전분기말 보다 2.1% 늘어난 1경3403조원을 기록했다. 가계의 금융자산이 54조6000억원으로 가장 크게 늘었고 기업과 일반정부의 금융자산도 각각 30조8000억원, 23조2000억원 증가했다.

순금융자산(자산-부채)의 경우, 51조7000억원 늘어난 176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와 일반정부가 각각 31조, 21조1000억원 늘었지만 기업은 부채가 더 크게 늘어 순금융부채가 4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분기 말 기준 금융부채에 대한 금융자산의 비율은 가계가 2.2배로 전분기와 같았고, 경제 전체적으론 전분기와 비슷한 1.41배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