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국민의 이익만을 위해 일할 겁니다"

하창우 대한변협 회장 당선인 / 사진=임성균 기자

"대한변호사협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다음달 취임을 앞둔 하창우 변협회장 당선인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여러 차례 '국민의 이익'을 강조했다. 상고법원 설치 여부, 검찰과 사법부 개혁, 변호사들의 일자리, 대법관 증원, 사법시험 존치. 하 변호사는 변협 회장 선거 과정에서 법조계가 당면한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 방점은 모두 '국민의 이익'에 찍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하 변호사가 검찰 개혁을 중요한 과제로 꼽은 이유도 국민의 권익이다. 그는 기소독점주의에서 출발하는 검찰의 강력한 권력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소독점주의는 국가를 대신해 오직 검사만이 공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이른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오로지 검찰만이 형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소독점주의의 폐해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이런 폐해를 개혁하겠다는 하 변호사의 복안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 있는 태도로 두 가지 계획을 설명했다. 재정신청 제도의 개선과 검사 평가제가 그것이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고소인은 법원에 재정신청을 낼 수 있다. 법원의 직권으로 사건을 형사재판에 회부해야 할지 판단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재정신청 끝에 재판에 회부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비율은 높지 않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공소를 제기하라고 결정한 경우에 이 명령에 따라 다시 공소를 제기하는 것도 검찰이기 때문이다. 다른 검사가 이미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건을 또다른 검사가 맡아 공소를 제기하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공소 제기를 맡은 검사는 앞서 다른 검사가 내린 불기소 처분을 존중할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하지 않게 된다"며 "이로 인해 일부 사건에서는 검찰이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구형하는 희극적인 상황까지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신청이 통과됐을 때 검사가 아닌 고소인 측 변호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이 하 변호사의 계획이다. 그는 "검찰이 이미 기소를 포기한 사건을 다시 검찰에 맡기는 것이 아닌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자는 것"이라며 "과거 몇몇 특별검사제도에서 이미 변호사가 공소를 제기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을 위한 또 하나의 계획은 검사 평가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과 동행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변호사들이 검사들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강압적인 수사는 없었는지, 인격적인 모독이나 변론권을 제한하는 일은 없었는지 등 항목을 만들어 평가한 뒤 1년에 한 차례 그 결과를 공개한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가 검찰 개혁에 자신감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미 서울지방변호사회장으로 일하던 2008년 처음으로 법관 평가제를 도입, '막말 판사' '윽박지르는 판사'의 사례를 공개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검사 평가제의 필요성은 대부분이 공감하고, 법 개정 등 다른 절차 없이 변협 차원에서 도입할 수 있다"며 "변협이 검사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 검찰도 내부 인사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23일 취임식을 앞둔 하 변호사는 "주어진 2년을 계획하며 바쁘게 보내고 있다"며 "변협은 앞으로도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국민'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