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철문에 막힌 인사난맥 국토부 '한숨'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세종=김지산 기자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관피아' 논란으로 인해 공무원들의 산하기관 재취업이 막히는 등 국토교통부의 인사적체가 심화되고 있다. / 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꽉 막혔는데 어떻게 할 도리가 있나요. 이제 나가면 ‘백수’라 공직에서 정년을 채워야 하는데 후배들 보기 미안해서…"

국토교통부가 갈수록 심화되는 인사난맥에 한숨만 짓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관피아' 논란으로 산하기관 재취업이 막히고 그 자리를 이른바 정피아 등 비국토부 출신들이 하나 둘 챙기면서 인사적체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는 3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산하기관은 물론, 협·단체 등 유관기관 자리이동마저 어려워져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막히고, 뺏기고"…밥그릇 줄어든 국토부
26일 국토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관피아 논란으로 정완대 이사장 후임 인선작업이 무산된 건설공제조합은 빠르면 다음 달 중 운영위원회를 열어 새 이사장 선출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대략적인 일정만 잡혔을 뿐 후보군 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동안 국토부 출신들이 바통을 이어왔지만, 관피아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아무도 나서질 못하는 분위기다.

인선작업이 늘어지면서 국토부 내에서는 건설공제조합마저 비국토부 출신에 넘겨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이미 조합 전무이사 자리를 놓친 바 있어서다.

당시 국토부는 임의택 전 지방항공청장을 전무이사로 내정했지만 관피아 논란에 조합 노조까지 거세게 반발하면서 선임을 무기한 연기했다. 결국 인선작업은 6개월간 지연됐고 덕분(?)에 조합 출신인 이정관 상무가 전무이사로 승진했다. 내부 인사가 전무이사로 승진한 것으로 조합 설립 이래 처음이다.

국토부가 인선작업에서 자천타천 배제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달 초에는 공들여온 대한주택보증 사장 자리를 비국토부 출신으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서 일했던 경력의 인사에 내줬다. 이 때문에 대한주택보증을 공사로 확대·재편하려던 국토부가 ‘파워게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0월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자리에서도 밀려났다. 당초 정창수 전 국토부 제1차관이 사장으로 있었지만, 갑작스런 정치외도로 공석이 된 후 ‘친박인사’로 불리는 박완수 전 창원시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당시 정일영 전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김한영 전 항공실장 등 국토부 출신들도 다수가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지만 정피아 바람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전문건설공제조합 등에서도 잇따라 밀려나는 등 운신의 폭이 크게 줄었다.

◇"관피아 주홍글씨에 전문성·경험 사장돼서야"
밥그릇이 줄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인사적체가 불을 보듯 뻔해서다. 이 때문에 국토부 내에서는 '고령화 조직'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마저 나온다. 국토부 한 고위관계자는 "나갈 곳이 없으니 고이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후배들과 자리싸움을 벌일 판"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도 “퇴임 후 자리를 못 잡는 것도 걱정이지만 더 두려운 건 나가고 나서 아예 이름이 잊혀져 거론조차 안 되는 것”이라며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되면 인사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산하기관 등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관피아 논란이 지속돼 전문성과 경험이 없는 정치인이나 교수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올 경우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어서다.

국토부 한 산하기관 임원은 “기본업무도 잘 모르는 사람이 정권과의 친분만 내세우면 조직이나 정책이 제대로 돌아가겠냐”며 “관피아가 문제이긴 하지만 무조건 차별하며 전문성과 오랜 경험을 사장시켜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