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탐구]홍보대행사, 갑·을 아닌 병? 보람은 '갑'이죠∼

이정래 엠피알비젼 부장 / 사진제공=엠피알비젼

"홍보는 요리다."

홍보대행사(PR에이전시) 16년차인 이정래 엠피알비젼 부장(42)은 홍보직종에 새롭게 입문하는 사원들에게 늘 이같이 말한다. 좋은 식재료(기업정보)를 준비해 알맞은 그릇(매체)에 담아 적당한 시간(시의성)을 들여 준비하는 요리(기사화) 과정이 홍보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보의 홍수' 시대. '정보피로증후군'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질 만큼 수많은 데이터가 쏟아지는 가운데, 유용한 정보만을 제공하기 위해 음지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홍보대행사 직원들. 이 부장을 만나 홍보대행사 직종에 대해 들어봤다.

◇이정래 엠피알비젼 부장 Q&A

-어떻게 홍보대행사 일을 하게 됐나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습니다. 처음에는 지역 언론에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사람 만나는 일이 힘들어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지인의 소개로 우연치 않게 홍보대행사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홍보대행사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신문과 온라인 기사 검색으로 하는 직업. 업무시간에 마음 놓고 책상에서 신문을 볼 수 있는 직업. 언론 홍보대행사의 일입니다. 누구보다 먼저 신문을 보고 고객사(클라이언트)에게 주요 정보와 기사 등을 검색해 보고합니다. 또 기자들에게 회사 홍보자료를 정리해 전달, 자료를 설명하고 공장방문과 인터뷰 일정을 조율, 진행하는 일이 주요 업무입니다. 물론 평상시 기자들과 네트워크 관리를 위한 티타임이나 점심, 저녁 자리를 갖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어려웠던 일은 무엇입니까?
▶홍보대행사 생활 초기에 친구들이 '넌 무슨 일을 하느냐'고 자주 물었습니다. 그때는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 또한 홍보대행사로 이직하기 전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막상 일을 시작하니 이 일 또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기자나 업체 미팅이 있는 날이면 전날부터 잠이 안 오고 출근도 하기 싫었습니다. 그렇게 약 6개월의 시간이 지나니 어느 순간 사람들 만나는 것을 즐기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홍보업무를 하기 위한 특별한 자질이 필요하나요?
▶후배들에게 술자리에서 가끔 들려주는 얘기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 이상의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 아이템을 잘 잡아내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일을 쉽게 배우지만 늘 성실하고 부지런한 친구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런 무기들을 다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본인에게 한 가지 무기만 있다면, 그것을 더욱 날카롭게 갈고 닦은 후 다른 무기를 찾아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일을 즐기는 사람,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기고, 글 쓰는 것을 즐기고 진심을 담아 일하는 사람은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글은 그림을 글로 표현할 때 그 그림이 머리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것입니다.

-홍보 일을 하면서 꼭 지키는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을 과장하거나 부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기자와의 관계에서 신뢰가 없다면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최근 홍보업무에서 위기관리가 이슈인데, 특별한 위기관리 노하우가 있으신지요?
▶위기관리에서 진심과 진실만큼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순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게 됩니다. 문제의 시작과 원인을 찾아 진심을 담아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모두를 속일 수는 없습니다.

-홍보대행사 직원은 '갑도 을도 아닌 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홍보에 대한 선입견으로 망설이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고객사를 언론에 소개하기 위해서는 그 회사 직원만큼 회사를 잘 알고 그 분야를 알아야 합니다. 독자가 궁금해 하는 것들을 기자들이 물어 볼 때마다 회사에 연락해 확인하고 알려 줄 수는 없습니다. 그 회사를 대표해 홍보 업무를 맡아 대외에 알려 주고 기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같이 갑과 을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갑(甲)의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병(丙)이 되는 것은 단순히 정보 전달자가 될 때일 것입니다.

-처음 홍보 일을 시작하셨을 때와 비교해 최근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요?
▶처음 이쪽 일(전자업종 홍보대행)을 시작할 때는 웨이퍼나 패널, 팹리스, 파운드리 등 단어들이 사람들에게 생소할 때여서 기자들 또한 기사화하기를 꺼려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단어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 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업종이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10% 이상으로 방송은 물론 기사도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습니다. 전자업종 부흥기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행복했습니다.

-홍보 일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일단 사람을 좋아하고 활달한 성격이 이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글을 쓰는 것은 연습을 통해 익히면 되지만 일을 즐기기 위해서는 성격에 맞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책이나 신문을 많이 읽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