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게양법? 정부 "강제 아니고 국기꽂이 만들자는 것"

3.1절을 앞두고 23일 정부서울청사 외벽에 대형 태극기가 걸려있다. 2015.2.23/뉴스1<br>

광복 70주년을 맞아 태극기 게양률을 높이려는 행정자치부가 '규제총량제'라는 때 아닌 난제에 부닥쳤다. 아파트 동별 출입구에 국기꽂이를 설치하도록 하기 위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바꾸려다 국토교통부의 반대에 부딪혀 방침을 철회하기로 한 것.

23일 행정자치부의 '제 96주년 3·1절 전 국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추진계획'에 따르면, 행자부는 광복 70주년인 올해 첫 국경일인 3·1절을 앞두고 태극기 게양률을 높이기 위해 관련 규정 정비를 포함한 범부처 추진상항을 마련했다.


이 계획에는 교육부가 각 학교에서 국기 게양·강하식을 실시하고 유치원생에 대한 국기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이 포함돼있다. 또 국토교통부와의 협업사항으로 아파트 동별 출입구에 국기꽂이를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외에 국기구입비를 관리비에서 지출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상업용 민간빌딩, 건물 출입구에 국기꽂이를 설치하는 근거를 검토하는 한편 대통령령으로 의무화돼있는 주택 신·증축 시의 국기꽂이 설치 여부도 실제 실행 여부를 확인토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광복 70주년 첫 국경일을 맞아 게양률을 높이기 위한 야심찬 계획은 국토교통부의 반대에 부딪혀 날개도 펴지 못하고 사문화됐다. 23일 '정부가 법을 국기 게양을 강제한다'는 취지의 언론보도가 나오자 행자부는 계획안의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아파트 동별 출입구에 '게양대'를 설치하려던 게 아니라 '국기꽂이'를 설치하게끔 하려던 것이었고, 그 마저 관련 규정을 바꾸는 대신 지자체의 자발적인 참여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틀었다는 설명이다. 국기 게양 및 강하식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별도로 검토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애초에 '강제'하려던게 아니고 주상복합 등 국기를 게양하고 싶어도 게양할 방법이 없어서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 국기꽂이를 동별로 만들려던 것으나 규제총량제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아니라 관련 규정에 손대는 것을 꺼려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들어 실시한 '규제총량제'에 따라 하나의 규제(혹은 규정)을 만들면 신설된 규제량만큼 기존 규제를 폐지해야 하는 만큼 국토교통부가 난색을 표했다는 설명이다. 상가 출입구에 국기꽂이 설치근거를 검토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로 국토교통부가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미국 학교에서는 국기 게양·강하식을 하고있고 뉴욕에서는 국경일에 상가에도 국기가 출렁인다"며 "선열들의 위업을 기리는데 여론은 군사정권의 산물이라는 이유로, 부처 내에서는 '규제' 증가를 이유로 미운오리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아파트 중 91년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아파트 난간의 국기꽂이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에 준공된 약 20%와 난간이 없는 주상복합아파트 등은 국기꽂이가 없는 상황이다. 단독주택, 연립, 다세대 등의 국기꽂이 설치도 미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