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원인된 그날, 故신해철 입원 병원선 무슨일이

고 신해철 영정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고 신해철의 위장관 유착 박리수술 이틀 뒤 흉부 엑스레이 등을 통해 복막염 증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 경찰 등이 신해철 씨 사망과 관련해 공통으로 지적한 S병원의 과오다.


복강경 수술 후에는 장 등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환자 경과를 살펴야 하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수술 10일 후 사망에 이르는 주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고인의 수술 이틀 후인 지난해 10월19일. S병원에서 고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간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구성해봤다.

◇수술 이틀 뒤인 19일, 통증과 백혈구 수치 이상…패혈증 진행된 듯=지난해 10월17일 오후 4시45분. 고인은 복통을 호소하며 S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장 폐색증이라고 진단, 복강경을 이용해 유착된 장을 박리하는 수술을 했다.


위 크기를 줄이는 수술 역시 진행했다. 경찰은 위 축소술의 경우 고인 측이 동의하지 않은 수술로 판단했다.

수술 직후인 17~18일 고인은 수차례 통증을 호소했지만 병원 측은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통증으로 여겼다. 18일 병원 측은 고인에게 혈액 수치 검사(CBC), 간 기능 검사(LFT) 등을 하고 배액관을 삽입해 천공 여부 등을 관찰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봤다.

수술 이틀 뒤인 19일 고인은 새벽 1시부터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병원 처치 카트를 발로 차고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이날 고인의 백혈구 수치는 치솟았고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서는 비정상적 공기가 관찰됐다. 하지만 병원 측은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마약성 진통제를 투입하는 등의 간단한 조치만 했다. 고인은 통증을 참으며 이날 오후 1시30분 퇴원했다.

이에 대해 S병원 측은 "배액관에 이상이 없어 천공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흉부 엑스레이 상의 공기 역시 복강경 수술을 할 때 주입한 가스가 빠지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협과 중재원은 이날 발생한 통증과 검사 결과가 모두 정상 회복과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의협에서 문제 삼았던 것은 고인이 호소한 극심한 통증이다. 의협 측은 "심낭천공과 소장천공의 발생 시기를 특정 짓기는 어렵지만 극심한 흉통을 호소한 것을 미뤄볼 때 10월20일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 된다"고 했다.

또 "복강경 수술 시 심낭으로 공기가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심낭에 공기가 찼을 때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중재원은 백혈구 수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고인의 백혈구 수치는 1만4900로 정상 수치(4000~1만)보다 높았다. 중재원은 "환자 상태로 봐서 복막염 상황을 지나 패혈증에 이른 상태였다"며 "어떤 조건하에서도 퇴원은 불가능한 상황 이었다"고 했다.

고인이 수술 중 혹은 수술 후 장과 심낭천공으로 19일부터 복막염, 패혈증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지만, S병원 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형적인 패혈증 증상에도 진통제 투여만=고인은 19일 이후 입·퇴원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통증과 이상 징후를 보였다. 20일 고인은 S병원을 다시 찾아 패혈증 증상인 고열(38.8도)과 메스꺼움 등을 호소했지만 마약성 진통제와 산소만 투여 받은 후 퇴원했다.

22일 복부팽만, 흉통, 답답함, 메스꺼움 등의 증상으로 S병원을 찾은 고인은 치료 도중 심 정지로 CPR(심폐소생술)을 받고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S병원의 변호인이 "고인의 심낭천공은 S병원과 무관하다. 서울아산병원 치료 과정에서 문제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서울아산병원 측은 "고인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심낭 안에 오염물질이 가득 찬 상태였다"며 "이를 그대로 두면 또다시 심 정지가 발생해 사망할 수 있어 천공을 찾을 시간적 겨를도 없이 오염물질을 빼내는 시술부터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인을 치료했던 아산병원 의료진은 이 시점에 이미 보호자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이야기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수술 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고인은 결국 복막염, 심낭염, 저산소허혈성 뇌손상 등으로 인해 지난해 10월27일 오후 8시19분 숨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