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습격' 김기종 범행직전 직전 건넨 전단지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조찬 강연장에서 괴한의 공격 받아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후송됐다. / 사진=오세중 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인 문화운동단체 '우리마당' 김기종 대표(55)는 현장에서 검거됐다.

5일 서울 종로경찰서 등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진행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 주최 강연회에 앞서 김씨가 휘두른 과도에 얼굴 등에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리퍼트 대사는 오전 7시33분쯤 수행원과 함께 세종문화예술회관 세종홀로 들어와 다른 참가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김씨는 오전 7시36분쯤 동행 없이 같은 곳으로 입장한 뒤 주최측이 현장에서 수기로 써준 이름표를 달고 리퍼트 대사 인근 테이블에 앉았다. 김씨는 민화협 참여단체 181개 중 서울시민문화단체연석회의 대표 자격을 초대를 받았으나 사전 등록 명단에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행사장 안으로 들어간 김씨는 범행을 위해 리퍼트 대사에게 접근해 인사하는 척 하다 리퍼트 대사를 넘어뜨린 뒤 25cm 길이의 과도로 얼굴을 찔렀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얼굴을 찔린 리퍼트 대사가 흉기를 왼손으로 제지하면서 얼굴과 손에 부상을 입었다.


이에 행사장 입구에서 있던 서모 정보관 등은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은 민화협 관계자 등과 합세해 김씨의 목과 팔을 잡아 흉기를 떨어뜨리는 등 제압했다.

당시 서 정보관은 김씨의 입장에 우려를 표했으나 민화협 관계자가 "김씨는 참여단체 임원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는 등 입장을 허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범행 직후 "전쟁 훈련 반대" 등을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또 리퍼트 대사에서 접근하면서 행사에 참석했던 한 교수의 가방에 준비한 전단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전단에는 "남북 대화 가로막는 전쟁훈련 중단하라", "우리나라에게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켜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 강연에서 앞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김기종 씨가 범행 직후 제압되고 있다./ 사진=뉴스1

오전 7시40분쯤 리퍼트 대사 얼굴을 감싸고 세종홀 밖으로 나온 뒤 서울강북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때아닌 피습으로 행사 참가자 일부는 소리를 치며 건물 외부로 빠져나가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나 리퍼트 대사는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도 비명을 지르지 않는 등 의연하게 행동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어 신촌 연세의료원에서 옮겨진 리퍼트 대사는 2시간30분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병원 측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오전 9시30분 병원에 도착해 오전 10시부터 2시간30여분간 유대현 성형외과 교수와 최윤락 정형외과 교수의 집도로 수술을 받았다.

정남식 연세의료원장은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신촌 연세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대뼈 부위부터 턱까지 길이 11cm, 깊이 3cm가 찔리는 등 부상을 입어 약 80여 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진행했다"며 "다행히 안면신경이나 침샘 등 주요 부위 손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1~2cm 더 깊었으면 경동맥 손상이 되고 생명에 위협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의 손 관통상을 치료한 최 교수는 "리퍼트 대사가 흉기를 막는 과정에서 손이 관통되는 부상을 입었다"며 "새끼 손가락 쪽으로 들어가서 엄지손가락 쪽으로 나오는 3cm 길이의 관통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힘줄이 손상돼 4주 정도 치료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감각저하가 예상되나 6개월~1년 정도 지나면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김씨를 소환해 집중 조사를 벌이는 동시에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과 전화통화 내역과 문자 송수신 내용 확인을 위한 통신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이날 밤이나 내일 중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이날 오전 10시 리퍼트 대사에 대해 요인보호대상으로 지정해 경비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대사 부부에게는 7명의 경호 인력이 투입됐으며 미 대사관의 경비 경력도 기존 1개 소대에서 2개 소대로 늘어난다.

리퍼트 대사에 대한 요인보호대상 지정은 장관급 이상 외빈으로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외빈의 경우 경찰청장이 인정할 경우 즉시 지정하게 돼 있는 요인보호규칙에 따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미국 대사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주한대사도 요인 보호대상으로 지정된 바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국내의 미국 관련 시설은 물론 각국 주한 외교사절과 공관 관련 시설, 요인에 대한 신변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