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때 코스피 513%↑..'초저금리 강세장' 다시 올까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1980년대 이후 코스피 지수가 주요 저항선이던 1000포인트와 2000포인트의 벽을 돌파한 저력은 저금리에서 나왔다. 코스피가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한 것은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환율)'이 도래한 1989년이었고 이후 다시 한 번 박스권을 깬 것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까지 낮췄던 2005년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사상 초유의 '1% 기준금리 시대'를 맞이한 2015년의 경제 상황이 지난 1986년·2005년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돌파한 잠재력이 내재된 환경이 10년 만에 다시 도래했다는 분석이다.


◇박스권 돌파의 저력은 '저금리'=1980년 9월부터 1988년 2월까지 재임한 전두환 대통령 임기 동안 코스피 지수는 513.37% 급등했다. 2003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재임한 노무현 대통령 임기 때에도 코스피는 176.98%의 기록적인 상승률을 나타냈다. 저금리로 형성된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몰려들며 코스피는 역사적인 대세 상승장을 연출했다.

'단군 이래의 최대 호황'이라던 3저 호황 시기의 1986년은 특히 2015년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으로 50% 가까이 급락했고 한국경제는 유가 급락으로 물가안정과 무역수지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유가 급락은 원화약세와 맞물리며 수출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고 코스피 지수는 1986년부터 1989년까지 200포인트에서 1000포인트로 문자 그대로 '폭등'했다. 1980년대 초반 21.8%에 이르던 금리는 10%로 하락했다.

코스피 기업 순이익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연평균 39.4%씩 성장했다. 코스피를 대표하는 22개 기업(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포스코, 기아차, 삼성화재, 대우증권, 대한항공 등)의 이익이 두드러지게 증가했으며 증권, 항공, IT 업종이 대장주였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이사는 "유가하락과 원/달러 환율, 금리 하락이 기업 실적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대표 종목들이 실적 증가를 주도했다"며 "이같은 1986년의 상황은 유가 하락, 원/달러 약세, 저금리 기조가 나타난 2015년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2005년도 비슷했다. 2005년 직전까지 코스피는 IT버블 붕괴와 카드 사태 등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500~1100포인트의 박스권에 갇혔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의 칼을 뽑아들었고 2001년 5%였던 기준금리는 2004년 11월 3.25%까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1050원을 하향 이탈하며 원화 가치가 강세였다. 원화 가치 강세는 경기 호황과 외국인 매수세의 영향이 컸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5년 코스피 지수는 장기 박스권을 돌파하며 대세 상승을 시작했다"며 "당시 강세장을 주도한 업종은 증권, 조선, 건설, 해운, 비철금속, 철강, 지주회사 등 전형적인 경기민감 업종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미국의 초저금리 대안 '고배당주 vs 위험자산'=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로 높아진 엔화가치를 낮추기 위해 1990년대 들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하지만 저금리로 만들어진 자산 거품이 폭발하며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을 맞았다. 저금리는 고착화됐고 기업들의 투자가 경색되며 사내 유보가 급증했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투자자들은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는 '저축에서 투자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가계 자산을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폈다. 배당세율을 20%에서 10%로 경감하는 등 부양책을 실시해 기업은 배당을 늘렸다. 일본 가계의 위험자산 비중도 2002년을 저점으로 소폭 증가했다.

저금리가 완전히 고착화된 2000년대 초반 이후 일본 증시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것을 고배당주다. 일본 노무라증권이 발표한 일본 고배당 70선 지수는 2001년 1월1일부터 약 4년간 50%포인트 이상 시장수익률을 상회했고 이후에도 지수를 이기는 성과를 이어갔다. 고배당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은 은행과 제약이었는데 이는 이들 업종이 안정적으로 꾸준한 이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 IT버블이 붕괴되며 경기가 침체되자 2001년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제로금리에 가까운 초저금리 시대가 시작됐으며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의 비중을 확대하는 대안을 취했다.

미국 연기금과 대학기금은 주식 비중을 확대했으며 현재는 대부분의 기관이 50% 이상의 자산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국민들의 은퇴자금을 취급하는 401K의 주식형 자산 비중도 현재 60% 수준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차상위 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도 급증했다. 미국은 일본과 달리 이민 정책으로 고령화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인구학적으로 일본처럼 고령화 단계를 밟고 있기 때문에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보수적인 투자문화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투자문화 자체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 향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