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방불케 한 방통위…단독제재 두고 공방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과다한 리베이트 지급으로 보조금으로 지원되도록 했다.""3일간 위반인데 한 달 조사는 가혹하다."

26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SK텔레콤 (51,300원 ▲300 +0.59%)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 위반 단독 제재를 두고 법정 공방을 연상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 전체회의에 의견진술을 위해 SK텔레콤에서는 이형희 이동통신부문(MNO) 총괄 부사장이 대관담당 임원, 변호사를 대동해 참석했다. 통상 방통위 심결에 의견진술을 할 때는 대관담당 임원이 참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방통위에서 장동현 사장의 출석을 요구하자 이형희 부사장이 대신 참석한 것이다. 배석한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김용섭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다.

춘천지방법원장을 끝으로 법관 생활을 마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재판장'이 돼 회의를 이끌었다.

이 부사장은 "차별적인 지원금 사례가 발생해 매우 유감스럽고 죄송하다"며 "SK텔레콤은 단독조사를 계기로 단말기 유통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SK텔레콤이 리베이트를 과다 지급한 것은 3일에 불과한 데 1월 한 달간을 조사기간으로 삼아 단독 조사를 벌인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실제 문제가 된 기간에 번호이동 건수는 통상 시장과열의 지표로 여겨지는 번호이동 건수 2만4000건에 훨씬 못 미친다"고 항변했다.

또 그는 "신규모집금지 적용 대상은 같은 위반행위가 3회 이상 반복되거나 다른 시정조치만으로는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기가 현저히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며 "SK텔레콤의 행위가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기 현저히 곤란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기주 상임위원은 "시장 과열을 판단했던 지표인 2만4000건은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전의 기준"이라고 일축하며 "한 달의 기간을 본 것은 리베이트 과다지급 이전과 이후의 상황을 비교하고, 조사 이후 재발이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조사 방해에 대해서는 SK텔레콤과 방통위 조사관의 진술이 엇갈리자 양측을 나란히 세워 의견을 듣기도 했다.

방통위에서는 사실 조사를 위해 SK텔레콤 유통망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사무실을 폐쇄하고 PC를 파손하는 등의 사례를 적발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일부 유통업자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이에 대해 경고조치를 했다고 맞섰다. 김변호사는 "리베이트 지급내역을 감추는 프로그램을 가동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위원장은 조사관을 불러 관련 사실을 확인했는지를 물었다.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조사 관련 내용에 대해 SK텔레콤과 영업점이 주고받은 메일을 확인했다"며 "실제 리베이트 지급내역을 감추는 프로그램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3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SK텔레콤에 신규모집금지 7일에 과징금 235억원을 부과하기로 하고, 영업정지 기간은 오는 30일 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