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A시장 연초부터 '후끈'…1Q 2007년 이후 최대

글로벌 M&A(인수합병)시장에 연초부터 '빅딜'이 잇따르면서 1분기 기준 M&A 거래액이 2007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M&A 거래액은 8110억달러(약 896조885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이후 최대치다.


특히 미국 M&A시장이 호황을 누렸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3990억달러 규모의 M&A가 발표됐다. 1년 전에 비해 30% 늘어난 것이다. 반면 유럽은 1680억달러로 4% 줄었다.

미국 케첩 브랜드 하인즈가 미국 식품회사 크래프트푸드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게 올해 가장 큰 거래였다. 이번 거래는 하인즈 대주주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브라질 사모펀드 운용사 3G캐피털의 합작품으로 1000억달러(부채 포함) 규모의 '크래프트하인즈'가 탄생하게 됐다.

FT는 하인즈의 크래프트 인수가 올해 글로벌 M&A시장에 나타난 3가지 특징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우선 글로벌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들 간의 결합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크래프트하인즈'는 총 매출 280억달러 규모로 네슬레 몬델레즈 펩시코 유니레버에 이어 세계 5위 식품업체가 된다. 아울러 미국이 글로벌 M&A 중심지로 부상하고 M&A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의 역할이 줄어든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하인즈와 크래프트 역시 이번 거래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을 주간사로 내세우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저렴한 자금조달 환경, 사상 최고 수준에 있는 주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경기부양 기조 등이 M&A시장을 떠받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미국 로펌 크래바스의 스콧 바셰이 기업 부문 공동 책임자는 "강력한 M&A 활동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채권 발행 비용(금리)이 저렴하고 수요도 뒷받침되는 데다 미국 경제는 강력하고 경기에 대한 확신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럽 M&A시장은 여전히 조심스런 분위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부양을 위해 전면적 양적완화에 나섰지만 재정위기로 고전한 기업들은 아직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바셰이는 "이런 심리가 금리인하나 양적완화 때문에 곧바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발표된 M&A 거래액 상위 10위권에 든 유럽의 빅딜은 홍콩 최고 부자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이 영국 이동통신사 O2를 15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게 유일하다. O2의 모회사인 스페인의 텔레포니카는 지난주 O2를 리 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허친슨왐포아에 팔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모펀드(PEF)도 글로벌 M&A 붐에서 소외돼 있다. PEF 운용사의 1분기 기업 인수액은 29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2% 감소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2009년 이후 최악이다.

로빈 란킨 크레디트스위스 글로벌 M&A 부문 공동 책임자는 "주가 수준이 높고 인수주체가 여럿 참여하는 컨소시엄 거래에 대한 관심이 줄어 PEF 업계의 대규모 차입매수(LBO·Leveraged Buyout) 활동은 전보다 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당국이 차입매수 관련 규제를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